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16년전 담합까지… EU '과징금 연좌제' 논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16년전 담합까지… EU '과징금 연좌제' 논란

입력
2012.12.06 12:09
0 0

2001년7월 LG전자는 브라운관 생산을 위해 네덜란드의 필립스와 지분을 절반씩 투자해 LG필립스디스플레이(LPD)라는 회사를 세웠다. 하지만 LCD 등 첨단 디스플레이의 등장으로 '브라운관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양사는 2006년1월 지분을 정리했고, LPD는 결국 청산됐다.

그로부터 약 7년이 지난 지금 없어진 옛 회사가 LG전자와 필립스의 발목을 잡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1996~2006년 10여년 간 브라운관 가격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LG전자와 삼성SDI 등 6개 글로벌 전자업체에 총 14억7,000만유로(2조8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가운데 LG전자가 물어야 할 금액은 총 4억9,156만7,000유로(약 6,975억원). 문제는 이 가운데 3분의1이 넘는 1억9,597만 유로(2,780억원)가 LPD의 주주로서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라는 점이다. LGD가 없어졌으니까, 주주인 LG전자가 지분만큼 책임을 지라는 게 EU측 부과근거다.

이에 업계에서는 유례 없는 '과징금 연좌제'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LPD는 독립된 개별 사업체로 LG전자가 50%의 지분을 보유했더라도 개별 사업체의 행위에 대해 법적 연대책임을 져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 LG전자 관계자는 "주식회사의 주주는 출자지분에 대해서만 유한책임을 지는데 일종의 벌금까지 떠안으라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며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해 미국 일본 캐나다 체코 당국에서는 동일한 사안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뿐 아니다. EU는 LPD 설립 이전인 1996~2001년까지 LG전자의 담합 행위에 대해 2억9,559만7,000유로(4,19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EU 법의 소멸 시효를 무시한 결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EU 법상의 소멸시효는 5년인데 11년 전에 이미 접은 브라운관 사업에 대한 책임을 이제 와서 부과한 것"이라며 "검토를 거친 후 유럽 법원에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무리한 과징금 부과는 담합 및 독과점 행위에 대해서만큼은 제재수위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EU의 최근 동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EU는 일본과 독일의 3개 업체가 음극선관 유리 시장에서 담합해 가격을 올려왔다면서 1억2,870만 유로(약 2,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또 EU는 2010년 11월부터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으며 최종 판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윈도와 관련한 반독점법 위반 행위로 16억4,000만 유로(약 2조3,000억원)의 벌금을 부과 받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해선 최근 약속한 일을 지키고 있는지 공식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 태양광 패널 제조사들에 대한 덤핑 조사도 시작됐으며, 중국 이동통신 업체들의 보조금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설 조짐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EU는 담합이나 독과점을 악질적인 반사회적 범죄로 간주해 징벌적인 과징금을 내릴 수 있다"며 "유럽이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만큼 자국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이 같은 경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