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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12월 7일] 6억원에 대한 추가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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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12월 7일] 6억원에 대한 추가질문

입력
2012.12.0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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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1979년 당시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장으로부터 '생활비조로' 받은 6억원을 사회환원하겠다고 4일 밝혔다.

그는 이날 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열린 정치 외교 안보 통일 분야 첫 TV토론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로부터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6억원을 받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변했다. 박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후 청와대 금고에서 나온 돈 9억 여원 가운데 6억원을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는 사실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인정했으나 사회환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후보는 이날 "아버지가 흉탄에 돌아가신 후 어린 동생들과 살길이 막막한 상황에서 경황이 없어 받았다. 저에겐 자식도 가족도 없다. 나중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사회환원 시점이 언제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위의 세 문단은 4일 대통령 후보 공식토론회를 보고 써본 기사이다. 그날 토론회에서 가장 똑부러지는 스트레이트 기사는 저 꼭지였다. 그러나 똑떨어지는 소식을 똑 떨어지게 소개하는 기사는 어느 신문에도 따로 없었다. 새누리 민주 두 후보간 쟁점의 차이만 부각시킨 기사가 큰 제목을 차지했고 저 내용은 기사 안쪽에 묻혀 있었다. 이만큼 확실한 새소식이 왜 묻혀버렸을까.

기자들은 냉소적인 이들에게 하이에나로 불린다. 사자나 호랑이로 불리지 않는 것은 죽은 먹잇감에만 달려든다는 비유이다. 진짜 기자는 하이에나는 아니다. 사자나 호랑이도 아니다. 사자나 호랑이는 배고플 때만 사냥에 나선다는 점에서는 인간들보다 의젓하지만 자기보다 약한 자를 먹잇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약육강식의 짐승일 뿐이다. 기자는 인간이다. 기자는 강한 권력을 비판하고 약한 이들의 억울함을 대변하는 이들이다. 기자는 미래와 공동체를 생각하도록 단련된, 가장 진화한 인간이다. 그래야 한다. 박근혜 후보가 대선 여론조사에서 1위로 달린다는 말은 그가 세 후보 가운데에는 권력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사람이라는 뜻이고 그만큼 더 흠이 없는지 기자들이 샅샅이 뒤져야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 사실을 작게나마 소개한 신문들은 그나마 낫다고 할만큼 이정희 후보가 예의를 잃었다고 비난까지 한 언론도 있다. 이정희 후보가 질문한 토대는 루머인가. 억측인가. 박근혜 후보 스스로 인정한 사실이다. 토론 자리는 의혹과 부족한 점을 서로 추궁하면서 자기가 더 나은 대통령감임을 입증해야 하는 자리이다. 토론회 자체가 재반박을 못하도록 원천봉쇄된 어이없는 상황에서 이정희 후보는 효과적으로 질문했고 귀가 쫑긋할 대답을 끌어냈다. 언론이 못한 역할을 한 이정희 후보를 비난하는 언론은 언론인가.

아울러 박근혜 후보는 이제라도 밝혀야 한다. 언제 사회환원을 하겠다는 뜻인가. 대선 전인가, 후인가. 대통령이 된다면 임기 중인가, 후인가. 대통령이 되지 않아도 사회환원은 할 것인가.

어떻게 사회환원을 하겠다는 뜻인가. 사회복지재단을 만들겠다는 뜻인가, 국고에 기탁하겠다는 뜻인가. 환원을 한다면 얼마로 할 것인가. 6억원인가. 한국은행 통계상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금액(33억원)인가. 당시 1인당 국민소득(85만원)의 706배라는 사실을 감안한 금액(175억원 정도)인가.

이 질문을 박근혜 후보에게 직접 묻지는 못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에게 물었다. 그는 "제가 답할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에게 질문해서 대답을 일러달라고 했다. 그는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칼럼을 완성하던 순간까지 공식답변을 들려주지 않았다. 이 질문을 할 수도 없었다면 더욱 무서운 일이다.

박근혜 후보의 개인사는 마음 아프다. 그러나 대통령은 사적인 비극을 이유로 정당하지 않은 공적 이득을 누려서는 안 되는 엄중한 자리이다. 칼날 같은 그 자리에 떳떳하게 설 자신이 있는지 박근혜 후보는 밝혀야 한다.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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