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지방흡입술 후 부작용에 시달린다는 사연들이 적지 않다. 최근 한 미스코리아 출신 연예인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이어트를 위해 지방흡입술을 받고 부작용을 겪었다는 사실을 털어놔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개원가 성형외과에선 지방흡입술이 이제 쌍꺼풀수술처럼 흔해졌다고들 한다.
지방흡입술을 꼭 받아야겠다면 지나친 욕심은 버리고 꼼꼼하게 병원을 골라야 한다. 부작용이 왜 생기는지,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성형외과 전문의들에게 물었다.
크기 줄이거나 수 줄이거나
대부분의 세포는 사춘기가 지난 뒤 크기가 고정된다. 하지만 지방세포는 다르다. 콜레스테롤 섭취가 증가할수록 점점 커진다. 지방세포가 콜레스테롤을 세포 안으로 이동시켜 지방산 형태로 보관하기 때문이다. 1,000~1만 배까지도 커질 수 있다.
지방세포의 크기를 줄이는 다이어트 방법이 알려져 있기도 하다. 전기침이나 약물로 지방세포에 충격을 줘 작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홍윤기 BR바람성형외과 원장은 "자극이 없어지면 지방세포가 다시 원래 상태로 부푸는 경우가 많다"며 "요요현상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이 줄어드는 것 같지만 일시적인 효과라는 얘기다.
이와 달리 지방흡입술은 지방층에 초음파나 레이저를 가해 세포를 터뜨리거나 녹여 물리적으로 지방세포의 수를 줄이는 방법이다. 몸에 작은 구멍을 내 흡입관을 넣고 터지거나 녹은 지방을 골고루 빨아낸다. 흉터가 적고 회복 속도도 비교적 빠르다. 1974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시작된 뒤 1980년대 미국에서 보편화하기 시작했으니 지금까지 알려진 성형시술 중 확산이 가장 빠른 시술의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빨리 퍼진 만큼 한계점도 여전하다.
얼마나 빼야 안전한지 계산
지방흡입술 후 가증 흔히 생기는 부작용은 피부불규칙 현상이다. 피부 표면이 보기 싫게 울퉁불퉁해지는 것이다. 지방흡입술 환자 가운데 평균 약 15%가 이 때문에 재수술을 결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방을 고르게 제거하지 못했거나, 피부 표면에서 너무 가까운 부위의 지방을 많이 빼냈을 때 주로 생긴다. 수술이나 외상 같은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원래 환자의 피부가 울퉁불퉁한 경우, 피부 탄력이 눈에 띄게 떨어져 있는 경우에도 지방흡입술 후 피부불규칙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요즘에는 이런 부작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지방흡입용 장비들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홍 원장은 그러나 "어떤 장비를 쓰느냐보다 의사가 얼마나 정교하고 섬세하게 흡입관을 옮겨가며 지방을 빨아들이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피부불규칙 현상이 생겼을 땐 볼록하게 나온 부위에선 지방을 빼내고 움푹 들어간 부위엔 채워 넣어 지방층을 고르게 펴주는 식으로 재수술을 할 수 있다.
지방을 흡입할 땐 지방만 빠져 나오는 게 아니다. 나트륨, 칼륨 같은 전해질을 포함한 혈액성분(혈장)도 함께 나온다. 어느 정도 출혈이 생긴다는 얘기다. 지방을 많이 제거하면 헤모글로빈(피 속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물질) 수치가 떨어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홍 원장은 "지방 1,000cc를 빼낼 때 헤모글로빈 수치가 0.5 정도 감소한다"며 "전문의와 상담해 환자마다 안전하게 제거 가능한 지방 양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는 부분마취 상태에서 5,000cc 정도는 별도의 수혈 없이 지방 흡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방을 빨아들이다 혈관을 잘못 건드리면 불필요한 출혈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신경이나 주변 조직까지 일부 잘려 나오면 심하게 멍이 들거나 통증이 나타난다. 또 흡입된 지방이 혈관으로 들어가면 혈관이 막히면서 폐색전증, 지방색전증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모두 집도의의 경험과 숙련도가 충분해야 피할 수 있는 부작용이다. 흡연 중이거나 과거 흡연기간이 길었던 사람, 혈액순환 개선제를 오래 복용한 사람은 지방흡입술 후 출혈이나 멍, 붓기 등이 더 심할 수 있다.
보통 팔과 종아리에선 최대 1,000cc, 허벅지와 아랫배, 허리에선 5,000cc까지 지방을 뽑아낼 수 있다. 365mc 비만클리닉 서울지방흡입센터 이선호 대표원장은 "지방을 과도하게 빼면 주변 피부조직이 방어반응을 일으키면서 새로운 혈관조직이 만들어져 피부가 딱딱해지고 흡입하지 않은 부위에 지방이 비정상적으로 몰릴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러운 피부 상태로 되돌리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훨씬 까다로운 재수술
감염이나 마취 사고 위험도 주의해야 한다. 집도의의 노하우가 부족해 지방흡입술 중 장기에 상처가 나면 균이 직접 침투할 수 있다. 특히 지방 이식을 함께 하는 경우엔 멸균한 일회용 주입기를 사용해야 안전하다. 부정맥이나 고혈압, 간기능장애, 신장기능장애, 출혈정 질환 등이 있으면 마취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이 같은 감염 관리나 마취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병원인지 반壤?확인할 필요가 있다.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나중에 재수술을 받으면 되겠지 생각하고 지방흡입술을 쉽게 결정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하지만 이 원장은 "재수술은 첫 수술보다 훨씬 까다롭고, 재수술 후에도 지속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병원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날씬해질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무엇보다 꾸준한 운동과 식사 조절이다. 운동이나 식이요법을 계속하면 지방세포 크기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