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중부지방에 대설주의보가 내린 5일 곳곳에서 눈과의 전쟁이 벌어졌다. 시민들은 이날 낮부터 퇴근길까지 온종일 차량 정체와 버스운행 지연, 전동차 사고 등 교통마비 상황이 이어져 큰 불편을 겪었다. 얄궂게도 눈이 그친 6일에는 기온 급강하로 노면이 얼어붙어 출근길 교통 대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한 이날 오전 11시부터 밤까지 서울의 적설량은 7.8㎝를 기록했다. 12월 초순 서울에 내린 눈으로는 35년 만에 최다 적설량이다. 같은 기간 서울의 적설량은 1980년 15㎝, 1977년 10.2㎝를 기록한 적이 있다. 더욱이 6일에는 기온이 뚝 떨어져 서울 영하 10도를 비롯,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경기 북부와 강원지역에는 영하 15도 안팎의 한기가 몰아칠 것으로 예보됐다.
이날 낮부터 서울의 주요 도로교통상황판은 온통 빨간색이었다. 서울시를 비롯한 각 구청은 공무원 6,500명과 수백대의 제설장비를 투입, 제설작업에 나섰고, 교통 '병호' 비상령을 내린 서울경찰청은 경찰 2,000여명으로 교통통제에 나섰지만 한참 역부족이었다. 주요 간선도로는 제설인력이 대거 투입돼 조금 숨통이 트였지만 지선 및 이면도로에서는 차량들이 오도가도 못하는 일이 속출했다. 강서구 화곡동에서는 택배 운송트럭이 골목길에서 미끄러져 건물과 전봇대 사이에 끼는 사고가 났고, 노원구 월계동 주공2단지 아파트 입구 오르막길에서는 버스와 승용차 등 6, 7대가 눈길을 오르지 못하고 갇히기도 했다. 봉천동고개 등 경사가 있는 구간을 경유하는 서울의 시내버스 35개 노선이 우회 운행했다. 강남구 삼성역 인근에서 만난 정해윤(21)씨는 "폭설이 내려서인지 버스가 오지 않아 기다리다 못해 걸어가고 있는 길"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이 지하철로 몰리는 바람에 전동차는 내내 혼잡을 빚었다. 지하철 1호선 기관사 이모(56)씨는 "평소보다 20% 이상 이용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추돌과 전동차 사고도 잇따랐다. 11.3㎝의 적설량을 기록한 인천에서는 이날 낮 12시5분쯤 중구 운서동 공항대로 신불나들목 인근에서 8중 추돌사고로 2명이 부상했다. 또 이날 오후 의정부시청역에서 흥선역 방면으로 운행하던 의정부경전철이 갑자기 멈춰서는 바람에 승객 수십 명이 폭설을 뚫고 20m 높이의 선로를 따라 대피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의정부경전철은 사고원인을 찾지 못해 하루 종일 멈춰 섰다. 지상구간인 지하철 1호선 회룡역으로 달리던 전동차도 폭설로 한동안 멈춰 서는 바람에 승객들이 발을 동동 굴렸다.
하늘길도 마비돼 지연ㆍ회항이 속출했다. 인천공항에서는 국내ㆍ국제선 항공기 15편이 결항되고 110편이 지연ㆍ회항했다. 또 김포공항 54편, 제주공항 34편 등 전국 11개 공항에서 128편이 결항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눈이 밤늦게까지 내려 6일에도 지연과 결항 항공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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