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 역 광장. 퇴근 인파로 분주한 광장 한가운데 카드 단말기를 단 빨간 냄비가 눈에 띄었다. 지난달 30일 첫 등장한 '디지털 구세군 자선 냄비(사진)'다. 사람들이 현금을 잘 안 갖고 다닌다는 점에 착안, 구세군이 기부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신용카드나 체크 카드로 기부가 가능하도록 한 신식 자선냄비다. 한번 대면 2,000원이 결제된다. 기자가 지켜본 한 시간 동안 기부를 한 행인은 17명. 이 가운데 한 명만 카드 단말기를 이용했다. 1928년 서울 도심에 구세군의 양은 냄비 등장 이후 처음 시도된 디지털 기부 방식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다소 썰렁했다. 낯설고 불편하다는 것이다.
카드 기부를 하려다 현금 기부로 마음을 돌린 김모(78)씨는 "카드 시스템에 대해 잘 몰라 막상 카드를 사용하려고 하니 불안하다"며 "한번 결제 시 2,000원 밖에 할 수 없고 그 이상을 하려면 반복적으로 카드를 긁어야 해 불편하다"고 말했다. 회사원 안기용(31)씨는 "소액이라도 직접 돈을 모아 가져가서 넣는 방식에 익숙해서인지 카드 기부 방식은 어색하다"며 "자선 냄비가 지닌 낭만과 따뜻함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털어놨다.
물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회사원 김덕중(55) 씨는 "따로 현금을 챙길 필요가 없어 기부자 입장에선 좋고 방식이 편리해진 만큼 당장은 낯설더라도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기부하려고 할 것"이라며 반겼다.
구세군 측도 디지털 자선 냄비의 인기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구세군 관계자는 "구세군 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빨간 냄비와 종소리인데 아직 많은 시민들이 디지털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도 "시민들이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과 더불어 디지털 기부 방식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금이 시작된 지난달 30일부터 4일까지의 총 기부액은 3억5,000여만원, 이 가운데 600만원이 카드 결제액으로 집계됐다. 디지털 모금은 전체 모금의 60분의 1에 해당하는 셈이다.
구세군측은 자선 냄비 창립 최대 기부액인 50억 원을 목표로 지난달 30일 정오부터 이번 달 24일 자정까지 모금을 진행할 예정이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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