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44ㆍ사진) 삼성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의 후계자로서 삼성전자를 넘어 그룹 전체 내에서 역할 반경이 그만큼 넓어지게 됐다.
삼성은 5일 이재용 사장과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총 17명에 대한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여부는 마지막까지 오리무중이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재벌체제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는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센 터라, 재계에선 오히려 승진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더 우세했다.
하지만 삼성은 예상을 깨고 부회장 승진을 결정했다. 삼성 관계자는 "기업이 대선 결과나 정치권 움직임을 의식한다면 오히려 그게 더 문제 아닌가"라며 "이제는 기업들이 정치적 변수를 살피기 보다 이익 창출과 경제 발전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의 삼성이었다면 당연히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부회장 승진을 내년으로 미뤘을 것"이라며 "이 또한 삼성이 달라진 부분"이라고 평했다.
그의 부회장 승진은 후계자로서 경영수업이 사실상 마지막 단계에 왔음을 의미한다. 한 재계 소식통은 "아무리 후계자라도 사장과 부회장은 의미가 다르다. 그룹에서 부회장 자리는 총수(회장)가 되기 전에 올라갈 수 있는 마지막 자리이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을 이젠 더 이상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니라 삼성그룹 부회장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부회장 승진을 계기로 경영수업을 넘어 총수수업 단계로 들어갔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도 1978년 삼성물산 부회장에 올라, 부친인 고 이병철 창업주 사망으로 그룹 회장에 취임(1987년)할 때까지 근 10년간 부회장직을 유지하며 사실상 총수수업을 받았다.
물론 삼성 측은 이재용 부회장 승진을 후계구도의 가속화로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서초동 사옥으로 최소 주 2회는 출근하고, 연 100일 이상을 해외출장에 나서는 등 과거 어느 때보다 왕성하게 그룹경영을 챙기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운운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경영활동과는 별개로, 이재용 부회장 역시 후계자로서 그룹 경영에 대한 활동반경을 넓혀가고 있음은 이번 인사를 통해 더욱 확실해졌다는 평가다.
이재용 부회장은 2001년 상무보를 시작으로 2003년 상무, 2007년 전무, 2009년 부사장을 거쳐 2010년 사장이 돼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왔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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