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있는 곳에 승진 있다.'
5일 단행된 삼성 사장단 인사는 철저한 실적주의를 반영했다. 영업 성과를 내면 나이, 출신, 경력에 관계없이 높은 자리로 끌어 올렸다. 특정인맥이나, 계열사 아닌 그룹(현 미래전략실) 출신, 재무통들이 우대되던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패턴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도 이뤄졌다는 평가다.
실적 중심의 인사원칙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가장 극명하게 확인됐다. 애플과 전쟁을 치르면서도 갤럭시 제품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린 혁혁한 공로를 인정받아, 무선사업부에서만 2명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 중 하이라이트는 홍원표 상품전략팀장(부사장). 그는 KT에서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사업본부장을 지내다 2009년 삼성전자에 영입됐는데 갤럭시 돌풍의 성과를 인정받아 이적 3년 만에 사장으로 발탁(미디어솔루션센터장)됐다. 특히 1960년생으로 오너가를 제외한 삼성 사장단 가운데 가장 젊어 순혈주의와 연공서열, 두 개의 벽을 한꺼번에 깨뜨렸다는 평가다. 해외판매를 담당하는 이돈주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의 무선사업부는 올해 회사 전체 매출의 50%, 이익의 70%를 창출해냈다.
박원규 삼성코닝정밀소재 사장은 초고속승진 케이스. 2008년 그룹 최고영예인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한 대표적인 엔지니어로 임원승진 후 7년 만에 사장자리에 올랐다.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을 제외하면 이번 인사의 유일한 부회장 승진자는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 지난해 삼성생명 사장으로 부임한 후 1년 만에 부회장 승진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그룹 감사팀장 출신으로 업무장악력이 워낙 뛰어난 데다, 보스기질이 강하고 영업력을 끌어올리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삼성그룹의 '입'역할을 담당하는 이인용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미래전략실 임대기 부사장도 제일기획 사장으로 영전했다. 또 삼성전자 윤주화 사장 역시 제일모직으로 자리를 옮겨 공동대표 겸 패션부문장을 맡게 됐다. 제일기획과 제일모직은 이건희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부사장이 이끌고 있는데, 잇따른 해외 M&A와 수주로 삼성 내 비(非)전자계열사 중에선 가장 왕성한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룹 사령탑인 미래전략실 내 전략1팀장으로 임명된 김종중 사장도 눈여겨볼 인사. 10년 넘게 그룹 비서실에서 잔뼈가 굵은 대표적 재무통으로, 그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으로 나가 있다가 이번에 그룹 경영전략을 총괄하는 핵심보직으로 복귀했다.
후속임원인사는 7일 단행된다. 다음은 사장급 승진 및 이동명단.
◇승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담당 이돈주 ▲삼성전자 마케팅솔루션센터장 홍원표 ▲삼성코닝정밀소재 박원규 ▲삼성중공업 박대영 ▲삼성자산운용 윤용암 ▲제일기획 임대기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 이인용 ◇이동 ▲삼성디스플레이 김기남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 조수인 ▲제일모직 패션부문장 윤주화 ▲삼성전자 전사경영지원실장 이상훈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 김종중 ▲삼성경제연구소 인적자원개발담당 노인식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산업담당 박준현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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