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희(46) 동부 감독은 상무 윤호영(28ㆍ197㎝)의 활약을 지켜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지난 시즌 동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며 MVP를 수상한 윤호영은 올해 상무에 입대했다.
윤호영은 상무의 기둥으로 자리잡았다. 반면 동부는 윤호영의 공백을 절감하며 정규리그에서 4승14패로 9위에 처져 있다. 윤호영은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자신보다 신장에서 우위에 있는 센터들을 압도한다. 강 감독은 "1일 LG전에서 17리바운드 9블록슛을 기록하는 걸 보고 놀랐다"며 "흐뭇하기도 하면서 속이 쓰리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강 감독을 씁쓸하게 했던 윤호영이 결국 친정에 비수를 꽂았다. 윤호영은 5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2 KB국민카드 프로-아마 최강전 동부와의 준결승에서 17점 9리바운드로 활약해 팀의 74-68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최근 3년간 국내 대회 99연승 행진을 이어간 상무는 결승에서 전자랜드와 격돌한다. 결승은 6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윤호영은 동부와 맞붙어보고 싶어했다. 특히 친형처럼 따르던 김주성(33ㆍ205㎝)과의 대결을 기대했다. 윤호영은 코뼈에 금이 간 상태지만 평소처럼 뛰었다. 김주성과 치열한 몸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골 밑과 외곽을 넘나든 윤호영은 공수에서 힘을 냈다. 68-66으로 근소하게 앞선 경기 막판에는 김주성의 공격을 막아내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김주성(16점 7리바운드 7어시스트)은 후배와의 자존심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상무는 전반전을 42-44로 뒤졌다. 그러나 3쿼터 들어 빠른 공격을 앞세워 단숨에 전세를 뒤집었다. 3쿼터 막판 강병현(13점 10리바운드)의 연속 5점과 윤호영의 3점포로 62-52로 앞섰다. 4쿼터에는 강병현이 돋보였다. 강병현은 62-56으로 앞선 종료 6분48초 전 3점슛 2개를 연거푸 꽂았다. 또 70-68로 바짝 쫓긴 종료 15초를 남기고는 천금 같은 공격 리바운드를 따냈다. 다급해진 동부는 파울 작전을 폈지만 박찬희가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윤호영은 경기 후 "상무 유니폼을 입고 동부를 상대하니 느낌이 색달랐다"며 "상대 팀에서 뛰어보니 동부의 높이를 새삼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랜 만에 만난 (김)주성 형이 많은 조언을 해줘 고마웠다. 눈을 마주칠 때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제자에게 한 방 맞은 강 감독은 "윤호영이 얄밉다"며 "한결 여유롭게 농구를 하고 포스트에서 슈팅이 정교해졌다"고 칭찬했다.
이어 열린 준결승에서는 전자랜드가 삼성을 78-64로 가볍게 따돌리고 결승에 올랐다.
상무와 전자랜드는 6일 오후 7시 열리는 결승전에서 우승을 다툰다.
고양=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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