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경기 파주시 탄현면 장준하공원에서는 장준하 선생 사인 규명 공동조사위원회 주도로 장준하 선생의 개묘 작업이 진행됐다. 유골을 정밀 감식해, 30년 넘도록 논란이 끊이지 않는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다. 위원회 측은 "지난 8월 장준하 선생의 유골을 이장하는 과정에서 유골이 공기에 노출, 훼손 가능성이 있어 개묘를 서둘렀다"고 밝혔다.
폭설이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 진행된 개묘 행사는 장준하 선생의 장남 호권씨 등 유족, 시민단체 회원, 취재진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도식, 유골 수습, 유골 운구 등의 순으로 2시간 동안 엄숙하게 진행됐다. 차남인 호성씨는 "어머니께서 아침에 나오는데 '(아버지는) 돌아가신 후에도 편하지가 않으시구나'라는 말씀을 하셨다"며 "저 역시 아버지에게는 죄송하지만 사인 규명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유골 수습은 진상조사단 감정단장을 맡은 이정빈 서울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위원회는 앞서 장준하 선생의 함몰된 두개골을 취재진에 공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지난 8월 파주 광탄면 묘소 뒤편 석축이 붕괴되면서 묘를 현재 장소로 이장하는 과정에서 37년 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두개골은 왼쪽 뒤 아래 부분이 직경 6㎝ 크기 원형으로 함몰됐고, 함몰된 부분의 위와 옆으로 10~15㎝ 크기의 금이 가 있었다. 수습한 유골은 공개하지 않은 곳에서 이정빈 교수 등 법의학자들이 짧게는 45일에서 길게는 6개월 동안 정밀 감식하게 된다.
개묘 행사에 참석한 백찬홍 장준하선생암살의혹규명 국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는 "그동안 정부에 장준하 선생의 (사인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국내·외 각계 전문가를 모아 가능한 모든 과학적·의학적 검사를 진행,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파주=송옥진기자 cli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