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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12월 6일] 또 다른 기회가 있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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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12월 6일] 또 다른 기회가 있을뿐

입력
2012.12.0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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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대입 시즌이 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다. '수능', '수험생', '자살' 이 세 단어다. 올해도 어김없이 11월 둘째주 목요일에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은 치러졌고, 지난달 28일에 수능 성적이 발표됐다. 그리고 이 성적표 하나로 수많은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희비가 엇갈렸으리라 생각된다. 기대한 수준의 성적을 얻은 학생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기뻐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일부 학생들은 견디기 어려운 좌절과 고통을 겪기도 할 것이다. 수능에서의 실패를 마치 인생에서의 실패로 간주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학교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오직 이 수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고자 달려와야 했던 우리 청소년들이었으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안타까운 것은 수능성적 발표 후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청소년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달 7일, 대구에서는 수능을 하루 앞둔 삼수생이 성적부진을 고민하다 삶을 비관하는 메모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고, 수능 당일인 같은 달 8일에는 평소 학업 스트레스로 우울증 증상을 보였던 충남의 한 재수생이 수능도 응시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수능 다음날에도 전남에서 수능을 본 한 대학 휴학생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 역시 성적을 비관한 자살이었다.

'2012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한 번이라도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청소년(15~19세)은 10.1%에 달했으며, 그들 중 절반이 넘는 53.4%가 '학업성적·진학문제'를 자살충동 이유로 들었다. 입시와 진학을 앞둔 나이의 청소년 10명 중 1명이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청소년자살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더 이상 우리 청소년들이 성적비관으로 인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들에게는 이 시기에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좌절들이 마치 극복할 수 없는 최악의 위기상황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모두 이겨낼 수 있는 것들이다.

청소년기를 통해 얻게 되는 많은 것들 중에 가장 귀중한 것은 위기를 이겨내면서 얻게 되는 탄력성(resilience)이다. 흔히 적응유연성이라고도 하는 탄력성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서도 능히 이를 극복하고 더 나은 발전과 성장을 만들어내는 개인의 심리적 특성 중 하나이다. 개인에게 탄력성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아동과 청소년기에 적절한 좌절과 위기의 경험이 필요하다.

지금 수능 점수가 자신의 인생을 결정짓고, 마치 수능이 인생의 최종 관문인 것처럼 여겨 좌절과 자기비난에 빠져있을 청소년들에게 야구를 빌려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다. 흔히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고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터지는 안타와 홈런이야 말로 지고 있던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야구만의 묘미다.

인생도 그렇다. 아무리 힘들고 실패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 도전한다면 성공과 보상이 분명히 뒤 따른다. 홈런을 치고 수많은 관중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다이아몬드 모양의 베이스를 돌 듯, 우리 인생에서도 빛나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날은 반드시 온다. 힘들고 어려울 때 이 모습을 떠 올려 보자. 실망스러운 결과에도 빙긋이 웃을 수 있는 여유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젊음의 패기와 열정이 우리들의 몸 안에서 꿈틀대지 않는가?

그 동안 수고한 수험생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혹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결코 '실패했다', '끝이다'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줬으면 한다. "우리의 최대의 영광은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패 할 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라는 명언이 있다. 대학은 결코 인생의 목표가 아닌, 단지 목표를 향해 가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오늘의 좌절감에 빠져 또다시 도전할 기회를 놓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또한 이들에게 변함없이 믿고 지지해주는 부모님들의 따뜻한 성원도 필요함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원장

구본용 강남대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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