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꿈은 이 아이들의 꿈이 모두 이뤄지는 겁니다.”
수감된 부모를 따라 교도소에서 생활하는 아동들을 돌보는 20대 네팔 여성이 미국 CNN의 ‘올해의 영웅’에 선정됐다. 5일 CNN에 따르면 네팔의 뿌스파 바스넷(29)은 최종 후보 10명을 대상으로 지난 9주간 인터넷 투표를 한 결과,최다득표의 영예를 안았다. 이에 따라 바스넷은 모든 후보자에게 주어지는 5만달러의 상금 외에 25만달러(약 2억7,000만원)의 상금을 추가로 받게 됐다.
명문 카트만두대 출신으로 부와 명예가 보장된 삶을 살 수도 있었던 그가 결혼도 미룬 채 수감자 아이들과 함께 하게 된 사연은 8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사회복지를 공부하던 그가 현장실습을 위해 교도소를 찾은 때였다. “누군가 뒤에서 제 소매를 당기는 거에요. 고개를 돌렸더니 8개월 된 아이였죠. 정말 머리 속이 복잡했습니다.” 네팔에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자기도 모르게 마약이나 살인 등의 죄를 짓고 교도소에 수감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의 엄마가 그 중 하나였다.
잠 못 이룬 일주일을 보낸 뒤 다시 교도소를 찾은 바스넷은 교도관에게 물었다. “아이를 어떻게 하면 교도소에서 데리고 나갈 수 있어요?”. “개인은 안 되고, 요건을 갖춘 사회복지단체라면 가능하다”는 답이 왔다. 졸업 후 전 재산을 털어 재소자 자녀들을 위한 보육원(ECDC)을 세운 계기다.
생일 선물로 받은 금목걸이를 시작으로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아이들에게 교육, 식사, 의료 서비스는 물론 도덕적 삶을 살 기회를 줄 센터를 2005년부터 운영해 140명 이상의 어린이를 도왔다.
그는 2일 열린 올해의 영웅 시상식에서 “이 어린이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수감됐다”며 “이 상은 우리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고 네팔을 위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CNN 올해의 영웅 후보에 올랐던 이는 빈곤층 어린이 1,200명에게 무료로 수영강습을 해준 완다 버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시력을 잃은 참천용사 80여명의 맹인안내견 훈련을 도운 메리 코타니, 콜롬비아 미혼모 2,000여명에게 교육과 직업훈련 기회를 준 카탈리나 에스코바 등이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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