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의 권력 강화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4일(현지 시간) 카이로 헬리오폴리스 지역의 대통령궁을 포위했다. 시위대가 대통령궁을 에워싼 것은 지난해 2월 호스니 무바라크 퇴진 요구 시위 이후 처음이다. 무르시 대통령은 시위대가 불어나자 이날 밤 대통령궁 뒷문으로 빠져나가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르시 반대 시위자 10만여명은 이날 오후 6시께 대통령궁 앞에서 "대통령 권한과 이슬람주의를 강화한 헌법을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한 뒤 "우리는 빵과 자유 그리고 무슬림형제단의 퇴진을 요구한다"고 외쳤다.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과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 등에서도 시위가 밤새 이어졌다. 이집트 일간 11개 매체는 지난달 30일 제헌의회가 만든 헌법 초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이날 발행을 중단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대통령궁에 둘러친 철조망을 뚫고 접근하자 최루탄을 쏘며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18명이 부상했다. "겁쟁이" "물러나라"를 외치는 시위대 틈에서 무르시를 태운 차량 행렬이 빠져나가는 영상이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 게재됐다.
시위대는 대통령궁 주위에 텐트를 치고 5일에도 시위를 계속했다. 이들은 15일로 예정된 헌법초안 찬반 국민투표를 막고 두 달 안에 치러지는 총선에서도 이슬람 세력이 의회를 장악하지 못하도록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6월 총선에서 무슬림형제단의 자유정의당 등 이슬람 세력은 4분의 3 이상을 차지했지만 이집트 법원은 선거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며 총선 무효 결정을 내렸다. 이집트에서는 지난달 22일 사법부의 의회 해산권을 제한하고 대통령 결정이 어떤 권력기관의 결정보다 우선시된다는 내용의 무르시의 포고령이 발표된 뒤 이슬람 세력과 자유주의 세력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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