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제2의 황우석 사태'로 불리는 수의대 강수경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의혹에 대해 "논문 17편 모두에서 연구조작 행위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지난 5월 익명의 제보자가 논문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국제학술지들이 논문게재를 철회하는 등 파문을 빚자 연구진실성위원회를 구성해 수개월 간의 조사작업 끝에 나온 결과다. 당시 강 교수는 "고의가 아니라 실수"라고 주장했지만 위원회는 "사진을 중복 사용하는 등 강 교수가 모든 논문을 직접 주도해 위ㆍ변조,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2005년의 황우석 사태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 학계에도 엄청난 파장을 빚었다. 논문조작국가라는 오명 속에 우리 학계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추락하고 국내 줄기세포 연구가 한동안 중단되는 등 치명상을 입었다. 그런 부끄러운 일을 겪고도 교훈을 얻기는커녕 논문조작이 반복되는 걸 보면 우리 과학계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지 한숨이 나온다. 황우석 사태 이후 윤리의식 회복과 연구풍토 정화를 외쳤지만 말로만이었을 뿐 실제론 달라지지 않았음이 확인된 셈이다. 승진과 연구비를 따내기 위한 과도한 성과경쟁을 원인으로 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구과정에서의 진실성과 투명성이다.
부정이 밝혀져도 쉬쉬하고 처벌도 솜방망이에 그치는 온정주의가 이런 일이 반복되는 원인이라는 지적도 많다. 강 교수는 2년 전에도 논문조작 의혹을 받았지만 경고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만약 당시에 중징계를 내렸더라면 이런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을 지 모른다. 이번 사태만 해도 제보가 아니었으면 논문조작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논문검증 과정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줄기세포는 차세대 성장동력이자 재생의료의 핵심기술이어서 각 국의 연구선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배아ㆍ성체ㆍ유도만능 등 3개 줄기세포 분야에서 전통적 강국인 미국과 일본에 여전히 뒤처져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연구풍토 정화가 더 시급한 과제다. 과학에서 연구과정의 진실성은 결과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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