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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덕누덕 덧대진 시간의 콜라주… 우주로 확장하는 공간의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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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덕누덕 덧대진 시간의 콜라주… 우주로 확장하는 공간의 상상력

입력
2012.12.0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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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전구·우편물 봉투… 모으고 편집하고 조합해 창작버려진 물건들에 쌓인 시간의 흔적·인간 내면 표현우주를 통과시킨 다다미방아서 클라크 SF소설에 영감받아 원형의 '우주 엘리베이터' 설치시적인 단색화에 우주 담기도

각각 시간과 공간을 작품에 담아내는 두 명의 일본 작가 개인전이 열려 눈길을 끈다. 부산비엔날레(2006, 시라이시 유코)와 광주비엔날레(2010, 오타케 신로)로 국내에 소개됐다는 점, 이번이 국내 첫 개인전이라는 점,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은 이들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성별만이 아니라 이들의 작업은 첫인상부터 확연히 달랐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섬 전체에 펼쳐진 일본의 예술 섬 나오시마에는 공중목욕탕이 하나 있다. 실제 목욕을 할 수 있는 이 건물의 안팎은 온통 목욕과 관련된 소품으로 꾸며져 있다. 일본 전역에서 공수한 것으로, 이 목욕탕 프로젝트는 오타케 신로(57)의 'I♥湯(탕)'이란 작품. 이곳을 구경하거나 이용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목욕탕에서의 자신의 경험을 반추한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렵지 않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오타케 신로의 개인전이 1월 20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페인팅, 드로잉, 콜라주, 스크랩북 등 다양한 매체로 완성한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170여 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일본이든, 해외든 자신이 체류한 곳의 버려진 물건을 닥치는 대로 모으는 그의 작품세계를 아우르는 단어는 '콜라주'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2년간 서울을 여러 차례 방문한 그는 "동대문시장과 세운상가를 부지런히 돌아봤다"고 했다.

그동안 그가 주운 물건은 신문지, 크리스마스 트리에 걸렸을 법한 전구, 우편물 봉투, 누군가의 가족사진, 손잡이가 떨어진 페인트 붓, 성인광고 전단지의 벌거벗은 여인까지 광범위하다. 그는 이들을 커다란 캔버스에 붙이거나 800페이지가 넘는 스크랩북으로 만들기도 하고, 아예 입체적인 책장 형태로 제작한다. 여기저기서 주운 오브제를 합친 결과물이 말끔할 리 없다. 그의 작품을 보고 '누덕누덕'이란 단어를 떠올려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모로코, 영국, 홍콩 등 자신이 여행한 나라에서 수집한 아이템으로 각각의 작품을 완성하기도 하는 그가 결국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시간'. 또한 시간 속에서 바래고 찢겨지고 덧대어진 자신의 내면이기도 하다.(02)733-8945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시라이시 유코(56)의 작업은 공간, 나아가 우주를 떠올린다. 캔버스를 단일한 색채로 가득 채운 그의 단색화는 시적이면서도 음악적이다. 노란색, 붉은색, 푸른색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색채로 표현된 우주에는 작은 원이 별처럼 점점이 박혔다.

이달 23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1관에서 열리는 시라이시 유코 의 개인전 '스페이스 스페이스(SPACE SPACE)'에는 그의 대표 설치작품인 '스페이스 엘리베이터 티하우스(Space Elevator Tea House)'도 전시됐다. 점, 선, 면으로 단순하게 구성된 단색화를 3차원으로 확장한 이 작품은 17세기 일본의 전통 다실의 우주 공간으로의 확장을 보여준다.

일본에서 인간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크기로 여겨지는 다다미 넉 장 반(가로, 세로, 높이 각각 약 3m)의 다실 중앙엔 원형의 우주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아서 클라크의 공상과학소설 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은 예술적 상상력뿐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제작됐다고 한다.(02)735-8449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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