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의 성공 요인은 사무실 공간 내에서 펼쳐지는 각종 인간 관계를 소극(笑劇ㆍfarce)으로 형상화해 낸 전략에 있다. 꼭 1년 전 대학로에 닻을 내리며 오피스 뮤지컬이라는 이름으로 직장인 중심의 관객객석 점유율 9할을 기록해 온 이 무대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더욱 숙성된 결과다. 지난 11월 20일 강남의 KT&G상상아트홀로 와 새 둥지를 튼 뒤에도 점유율은 거의 변함없다.
무대의 힘은 본격 오피스 뮤지컬이라는 기치 아래 연출가 이재준(35)씨를 중심으로 한 젊은 제작진의 업 그레이드 전략에서 나온다, 지난 해 엔터테인먼트 전문 채널 tvN이 첫 방영, 현재 시즌10까지 끌고 오면서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라는 별명을 얻게 된 원작은 무대를 위해 손질이 불가피했다. 이를테면 무대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다. 작년에 시즌9까지 나왔을 때 무대화를 염두에 두고 본격 작업에 들어간 것은 출발점이다. 결혼ㆍ부모 에피소드 등은 다 제외시키고 회사일에만 집중, 오피스 뮤지컬이라는 컨셉트를 만족시켰다.
회사는 정글이며 전쟁터다. 기존 사원들은 신입 사원 등 뒤에서 낙하산으로 들어왔다며 수군댄다. 상사에게 잘 보이려 아부에 골몰한 그들을 묶어주는 것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노래다. 화이트 칼라들의 일상을 희화시키며 그들의 오염된 정치학을 적나라하게 제시하는 연출의 감각이 신선하다. 사무실내 음모론 등 화이트칼라들의 치부가 코믹하게 제시되면서 이 뮤지컬은 여타 오피스 뮤지컬과 차별된다.
회사 돌아가는 것을 훤히 꿰는 고참 영애가 어느 야근하는 날이 무대의 중심사건이다. 초연당시만 해도 로맨스 뮤지컬이 붐이었던 터라 일과 사랑이라는, 이른바 트렌디 뮤지컬의 노선을 따랐다. 그러나 워크숍을 기화로 차별화 전략이 강력 제기되면서 현재 무대의 기틀을 닦았다. 사무실 풍경과 갈등의 양상도 선명해졌다. 선택과 집중의 결과, 실제 무대는 2시간2분에서 1시간 50분으로.압축됐다.
출연자와 직장인들이 나누는 대담('속풀이콘서트'), 문화 송년회 등 이 뮤지컬은 세밑 겨냥 부대 상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연출자는 작품 욕심이 난다. "지금 공연장이 옆으로 길어 불만이에요. 무대 장치 등을 개선해 계속 버전업해 가야죠." 2013년 1월 13일까지 .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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