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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지상갤러리] 압생트와 카페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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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지상갤러리] 압생트와 카페 테이블

입력
2012.12.0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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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생트는 19세기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술이었다. 쑥을 주원료로 한 이 술은 저렴한데 도수가 높아 빨리 취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당시 오후 5시 반이 되면 고된 일과를 압생트 한 잔으로 마무리하려는 평범한 시민들이 카페로 모여들었다. 영국출신의 작가 H.P 휴(Hugh)는 7시 반까지 이어지는 푸른 술의 향연을 '그린 아워'(green hour)라 표현했다.

반 고흐는 자화상에 마치 자신을 와인 마니아인 것처럼 묘사했지만, 실상 파리에 거주하는 동안 압생트 한 잔을 매일처럼 마시는 습관이 있었다. 압생트는 그래서 여전히 '고흐의 술'이라 불린다. 파리를 떠나며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거의 알코올 중독 상태'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가 노란색을 즐겨 사용한 것도 이 술의 부작용으로 사물이 노랗게 보이는 황시증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림 속엔 테이블 위에 물병과 술잔이 있다. 한때 이 작품은 '물병과 유리잔 속의 물'로 불렸지만 잔 속에 담긴 초록색 액체는 압생트다. 애주가들은 압생트의 쓴맛을 희석하기 위해 물에 섞어 마시곤 했는데, 물에 희석된 압생트는 노란색이 감도는 초록색을 띤다. 당시 화가들에게 혼자 술 마시는 사람은 인기 테마였지만 모델을 구하지 못한 반 고흐는 누군가 주문한 술 한잔만 그려 묘한 여운을 남긴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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