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트홀이 클래식 유망주를 선정해 연중 다양한 무대 기회를 주는 상주음악가 제도를 내년부터 도입한다. 단발성 독주회, 악기 지원 등으로 음악가를 지원해 온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예술가에게 작업에 집중할 기회를 제공해 더 깊은 예술세계로 이끈다"는 취지로 마련한 제도다.
첫 대상자는 부산 태생의 피아니스트 김다솔(23)씨다. 김씨는 1월 10일 슈베르트와 스크리아빈, 라흐마니노프 등 고전ㆍ낭만주의 레퍼토리로 구성된 신년음악회를 비롯해 내년에 네 번의 독주회와 두 차례 실내악 무대를 갖는다. "두렵지만 기대도 큰"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5월)과 현대음악(10월), 재즈(12월) 등에 도전한다.
5일 만난 그는 "나는 무대에서 연주할 때 가장 솔직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일단 제 연주가 좋아서 뽑혔다고 믿고 싶지만 사실 개성과 실력을 갖춘 젊은 연주자는 많죠. 다만 확실한 건 제가 연주할 때 가장 개인적이고 내밀한 모습까지 드러낼 만큼 음악을 사랑한다는 점이에요."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 있는 예술가를 만드는 게 목표"(김용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부사장)인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제도의 중요한 선정 기준은 '실력 있는 참신한 얼굴'이다. 16세 때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에 입학해 유럽 무대에서 활동 중인 김씨는 현재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 재학 중이다. 2010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2011년 뮌헨ARD국제음악콩쿠르, 2012년 스위스 게자 안다 국제콩쿠르 등에서 입상했고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취리히 톤 할레 오케스트라,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한 그는 19세 때 지휘자 미하엘 잔데를링과 독일 전역 투어 연주를 하며 크게 주목 받는 등 활동상이 화려하다. 하지만 그에 비해 국내에서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어쩌면 유럽에 비해 한국 활동이 적은 게 안타까워 뽑아 주신 게 아닐까요? 한국에서는 연주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어린 마음에 한동안 한국 음악계에 삐쳐 있기도 했거든요.(웃음) "
그는 이번 상주음악가 프로그램을 통해 "1년이라는 기간에 젊은 음악가가 얼마나 많이 성장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연주 당시 감정에 따라 각기 다른 연주를 하면서 익히는 새로운 감각이 중요한 공부죠. 전 연주가 패턴화될까 봐 제 공연 동영상도 잘 보지 않아요."
가장 존경하는 피아니스트는 호로비츠와 코르토. "음반을 통해 음악가들이 콩쿠르에 매달리지 않던 시절의 연주가 얼마나 자유롭고 또 작곡가의 악보에 충실했는지 느끼곤 해요. 관객의 반응보다는 작품을 먼저 사랑할 줄 아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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