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형편이 어려워 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무거운 골프 가방을 메고 지하철로 이동했던 '헝그리 골퍼'가 꿈을 이뤘다. 모든 프로골퍼들의 소원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최고의 신인으로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재미동포 존 허(22ㆍ한국명 허찬수)가 PGA 투어 올해의 신인에 선정됐다.
PGA 투어 사무국은 5일(한국시간) "존 허는 찰리 벨잔, 버드 컬리, 테드 포터 주니어(이상 미국), 요나스 블릭스트(스웨덴)와의 신인왕 경쟁에서 이겼다. 올해 공식 대회에 15차례 이상 출전한 선수들의 투표로 올해의 신인에 선정이 됐다"고 밝혔다. PGA 투어 사무국은 득표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1990년부터 PGA 투어 올해의 신인이 선정된 이후 아시아 선수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존 허가 처음이다.
존 허는 "Q스쿨은 가장 어려운 경기였다. Q스쿨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올 시즌 경기하는 데 도움이 됐고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한국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100% 도움이 됐다. 한국인으로서 신인상을 받아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처음 목표는 내년 출전권을 따내 계속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었는데 올해 경기가 잘 풀려 신인상까지 받게 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고 덧붙였다.
존 허는 지난 2월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로버트 앨런비(호주)와 8차 연장까지 치르는 대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고, 시즌 상금 269만2,113달러(약 29억원)를 벌어 상금 순위 28위에 올랐다. 올해 네 차례나 톱10에 입상했다. 또 페덱스컵 랭킹 29위로 신인 가운데 유일하게 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 나가는 등 유력한 신인상 후보로 떠올랐다.
존 허는 어려운 역경을 딛고 꿈의 무대에서 최고의 신인으로 우뚝 선 선수다.
2009년 한국 투어에 도전한 존 허는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한동안 집을 마련하지 못한 채 캐디백도 아버지인 허옥식(60)씨가 멨다. '초보 캐디'인 아버지와 함께 다니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규정 위반으로 벌타를 받아 상위권에서 밀려난 적도 있다. 20세이던 2010년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해 두각을 나타냈으며 2011년 12월 퀄리파잉(Q)스쿨을 통해 올해 PGA 투어에 데뷔했다. 신한동해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때는 가족들 생각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1990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이후 곧바로 한국에 돌아와 어린 시절을 보냈고, 초등학교 5학년 때 다시 시카고로 떠났다. 연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골프 가방을 메고 지하철로 이동하는 등 프로 데뷔 이전 어려웠던 가정사가 신한동해오픈과 마야코바 클래식 우승 이후 화제가 되기도 했던 존 허는 아시아 최초의 PGA 투어 신인상 수상으로 어렸을 때 고생을 보상받게 됐다.
PGA 투어 첫 시즌을 기분 좋게 마무리한 존 허는 내년에는 더 큰 꿈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내년에는 메이저대회나 큰 대회에 출전하는 등 올해와는 다른 일정을 짜야 할 것 같다. 잘 준비해서 모든 경기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고 우승도 하고 싶다"는 각오를 다졌다.
PGA 투어 올해의 선수에는 로리 매킬로이(23ㆍ북아일랜드)가 선정됐다. 세계랭킹 1위 매킬로이는 올해 PGA 투어에서 4승을 거뒀고, 평균 타수(68.87타)와 상금(804만7,952달러ㆍ약 87억원) 1위에 올랐다. 1997년 22세 나이로 PGA 투어 올해의 선수가 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에 이어 두 번째 최연소 수상자가 됐다. 유럽 선수가 이 상을 받은 것은 2008년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2011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에 이어 매킬로이가 세 번째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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