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채용서 고졸 200명 뽑아, 철저한 직무분석 통해 고졸적합 직무 도출, LH “학벌 아닌 능력 위주 인재선발 지속”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합격 예정자인 홍모(18)군은 어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가정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초등학교 6학년부터 보육원에서 지냈다. 마음의 상처로 엇나가기 쉬운 나이였음에도 홍군은 오히려 보육원 생활을 예의범절과 배려를 익히는 기회로 삼았다. 홍군은 또래 친구보다 부족할 수 있는 여러 경험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얻기 위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고등학교 때는 전교 1, 2등을 놓치지 않았다. 홍군은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보금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사 포부를 밝혔다.
LH가 창사 이래 최초이자 공기업 최대 규모의 고졸 채용을 단행했다. LH는 통합 전인 2007년 주택공사 195명, 토지공사 130명을 모두 대졸출신으로 뽑은 후 공채가 없었다. LH는 최근 실시한 고졸공채에서 필기시험과 면접을 거쳐 회계와 토목 등 7개 직군 200명을 합격예정자로 선발했다고 5일 밝혔다. 전국 653개 특성화고등학교에서 모집분야 관련학과 졸업예정자와 졸업자 중 학교장 추천을 받은 1,975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은 10대 1에 달했다.
상반기 대졸공채 300명에 이은 대규모 고졸채용으로 LH는 2009년 10월 통합 후 실시한 첫 채용에서 고졸출신이 40%에 달하게 됐다. 이는 올해 정부의 공공기관 고졸채용 권고 기준인 20%의 2배다. LH가 이렇게 고졸채용을 과감히 늘리는 데는 철저한 직무분석이 뒷받침됐다. LH는 정부의 고졸확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어떤 직무가 고졸에 적합한지 분석했다. LH 관계자는“분석결과 지역본부와 산하 사업단에 임대관리와 하자보수 관리 등의 업무가 고졸 출신에게 적합해 관련된 7개 직군을 고졸적합 직무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특히 고졸채용 인력을 모두 정규직으로 뽑아 82%에 달하는 금융권의 비정규직 고졸 채용비율과 대조를 보였다. LH는 이번 채용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지역출신(100명)과 여성(55명)도 적극적으로 선발했다. 합격 예정자들은 최종 합격 후 입사하면 본인의 희망과 공사여건을 감안해 지역본부와 사업단 등에서 근무하게 된다.
이지송 LH 사장은 “우리 사회가 미래세대에게 학력이 아닌 실력을 기준으로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고졸 인력을 채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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