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국내 유명 사립대들이 운영하고 있는 '1+3국제전형'을 폐쇄하도록 명령하자, 한 영어교수가 교과부에 전화를 했다. "잘했다. 영어실력으로 봤을 때 도저히 유학이 불가능한 학생까지 (대학 당국은) 무조건 받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1+3국제전형은 1년 동안 국내 대학과 유학원에서 가르치고, 3년은 협약을 맺은 해외 대학에서 공부해 해외 대학 졸업장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전형이다. 이 실태를 조사해온 교과부 관계자들은 4일 "유명 사립대학들이 부유층 가정의 자녀들을 위해 '치외법권' 같은 대학시장을 만들어준 현실이 씁쓸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들은 법적 근거도 없이 1년 등록금 2,000만~3,000만원을 받고 그럴 듯한 대학 타이틀을 팔아온 셈이다.
지난달 2일, 29일 두 차례에 거쳐 교과부가 1+3국제전형 폐쇄를 명령하면서 교과부 담당자들에게는 하루 10여 건 이상의 문의 및 항의가 전화와 인터넷으로 들어오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 변호사라는 학부모는 "법적으로 따지자"고 항의했고, 어떤 학부모는 "올해만 눈감으면 안 되냐", "수능도 포기했는데 이제 와서 그러느냐"고 따졌다. "교과부는 안 된다고 하고, 대학은 괜찮다고 하는데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느냐"는 문의도 있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부유하고 교육에 관심이 많지만 자녀 성적은 낮은 강남지역 가정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1+3국제전형이 확대된 과정은 돈으로 대학타이틀을 사고 파는 지경에 이른 세태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2009년부터 생기기 시작해 이제 모집인원이 2,016명에 이르는데, 당국에는 전혀 보고가 안됐다. 고등교육법 및 평생교육법 위반이다. 경희대 동국대 서강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등 서울지역 유명 사립대를 포함, 전국 17개 대학에 개설돼 있다. 정식 유학생들이 치르는 미 대학입학시험(SAT)을 볼 필요도 없이 국내 사립대를 통해 외국 유학이 가능해진다. 교과부 관계자는 "졸업은 어떻게 될지 몰라도 외국 대학들은 돈벌이가 되는 학생들을 모아서 보내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심지어 수시ㆍ정시로 나눠 마치 공식입학생인 것처럼 모집한다. 등록금은 1년에 2,000만원 가량. 한국외대는 2,722만원에 이른다. 실제 유학을 꿈꾸고 지원한 학생도 있지만, 대부분 내신이나 수능이 4~5등급 이하여서 정식 경로로는 유학이 어려운 학생들이라고 교과부는 전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생도 부모도 서울 유명 대학 다닌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며 "실제는 학생(student)이 아닌 학습자(learner)"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방치한 것에 대한 비난도 받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는 중이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주로 해당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공부했는데 이름을 글로벌교육원, 국제교육원 등으로 바꿔서 교과부 평생교육원 담당과의 감시도 피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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