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텍은 1981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세계 최대 컴퓨터주변기기 업체. PC를 사용하면 한 번쯤은 이 회사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마우스 자판 스피커 등 PC에 필요한 온갖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그 중 마우스는 부동의 세계 1위다.
로지텍이 유명한 건 제품자체가 특이하기 때문. 10월에 전세계 선보인 '워셔블 키보드'는 말 그대로 물로 씻을 수 있는 키보드이다. 자판에 음료수를 엎질렀을 때 예전 같으면 버려야 했지만, 특수 설계된 이 제품은 간단하게 물로 헹구면 된다. 지난달 내놓은 아이패드용 자판은 태양뿐 아니라 전등 빛만 있어도 충전이 된다. 로지텍을 유명하게 만든 게이밍 마우스는 자판을 건드릴 필요 없이 한 손으로 게임에 필요한 모든 동작을 할 수 있도록 게임버튼이 아예 마우스에 달려 있다.
이처럼 독특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올까. 4일 방한한 로지텍의 마케팅총괄(CMO) 에티샴 라바니(사진) 수석 부사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임원진이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독특한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모은다"고 말했다. 그는 "블로그나 인터넷 홈페이지, 유통점에서도 소비자 의견을 듣지만 그보다 임원진이 소비자들을 직접 만난다"며 "소비자의 불편함이야말로 제품 개발의 동기"라고 말했다. 그가 이번에 우리나라를 찾은 것도 소비자들로부터 무엇이 불편한지를 듣고, 이를 제품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최근 출시한 'TV캠'도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손자들이 보고 싶다는 할아버지 의견을 반영한 제품. 라바니 부사장은 "TV화면으로 인터넷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이 제품은 온 방 안을 뛰어다니는 손자들을 볼 수 있도록 넓은 시야의 광각렌즈를 달았고, 카메라 자체에 인터넷전화 스카이프를 내장했다"며 "노인들도 이 제품을 TV에 꽂으면 손쉽게 손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바니 부사장은 이날도 한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를 듣기 위해 PC방과 유통매장을 차례로 방문했다. 그는 2007년부터 4년 동안 LG전자 미주법인에서 마케팅전략 부사장으로 일하며 수시로 방한했기 때문에 우리말을 곧잘 알아듣는다.
라바니 부사장은 PC 주변기기 분야에서 무엇보다 한국의 중요성을 꼽았다. 초고속 인터넷이 발달했고, 온라인 게임 강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프로게이머들 의견을 반영해 개발한 게임용 마우스인 'G1'은 전세계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로지텍도 요즘 위기감을 느낀다고 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대가 도래하면서 PC와 함께 그 주변기기 시장도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바니 부사장은 이를 또 다른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급격히 커지는 태블릿PC 분야를 신흥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모바일 기기를 겨냥한 윈도8용 주변기기와 애플의 아이폰 및 아이패드용 주변기기를 많이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로지텍이 최근 주목하는 분야는 이른바 '거실 비즈니스'다. 거실에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스피커같은 음악기기, PC부터 TV 태블릿까지 모두 다룰 수 있는 통합리모컨 개발 등이 여기 속한다. 그는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해결해준다면 PC시대든 모바일시대든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