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성공에 도취돼 비틀거리고 있을 때 김성근 감독을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허민(36) 고양 원더스 구단주는 4일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2 일구상 시상식'에서 일구대상을 받았다. 지난해 독립야구단인 고양 원더스를 창단, 프로에서 낙오된 선수들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마련해 준 공로를 인정받았다.
허 구단주는 수상 후 "처음에는 고사했다. 내가 이런 큰 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며 "그러나 개인에게 주는 것이 아니고 고양 원더스 팀에 주는 상이라 생각해 감사히 받아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성공에 취해 비틀거리고 있을 때 김성근 감독을 만났다. 김 감독을 보면서 예전 게임 산업에 몸 담았던 시절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내 모습을 떠올리게 됐다"며 "김 감독은 40년 넘게 그것도 24시간 동안 야구만 생각한다.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살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 응용화학부 출신의 허 구단주는 지난 2008년 7월 게임업체 네오플을 넥슨에 매각, 2,000억여 원을 거머쥔 청년 벤처 갑부다. 게임업계의 '신화'로 통하지만 이후 홀연히 미국 버클리 음대로 떠났고 다시 국내로 돌아와 스스로 '도네이션(기부) 구단'이라고 칭하는 고양 원더스를 만들었다. 그는 올 시즌 아무런 대가 없이 선수 5명을 프로 구단으로 보내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은 '야신'이다. 혹독한 훈련을 시키기로 유명하고 약팀을 강팀으로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김성근 식의 맞춤형 훈련은 현재 프로에서 활동하고 있는 코칭스태프들이 교본으로 삼기까지 한다. 게임업계 신화와 야신의 만남. 특별할 수밖에 없다.
허 구단주는 "김 감독과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동지다. 곁에서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물론 또 다른 방법이 있겠지만) 김성근 야구가 야구의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자신의 인생은 '너클볼'과 닮았다고 했다. 미국 유학 시절 '너클볼의 대가' 필 미크로에게 직접 지도를 받기도 한 그는 "어디로 날아갈 줄 모르는 게 너클볼이다. 그런데 고수도 어떻게 던지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게 너클볼"이라며 "이 구종을 익히는 데만 6년이 걸렸다. 게임사업 시절 18번이나 개발에 실패해 빚만 30억원이었지만 결국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돈을 쓴 것 중 원더스를 만든 게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올 한해 정말 행복했다"며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김 감독을 포함해 선수들에게도 모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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