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에 대한 회계감사 자료제출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미국 대형 회계법인의 중국 지사들을 무더기 기소했다. 중국 기업들의 분식회계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 당국은 해당 기업뿐 아니라 이 기업들의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까지 수사를 넓히고 있다.
3일 기소된 중국 법인은 딜로이트 언스트앤드영 케이피엠지(KPMG)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비디오(BDO) 등 5개 업체다. 이중 비디오를 제외한 4개는 빅4로 꼽히는 세계적 회계법인들이다.
SEC는 지난 수개월 간 이들이 분식회계가 의심되는 중국 기업 9개에 대한 회계부정 조사 협조는 물론 감사자료 제출도 거부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로버트 쿠자미 조사국장은 "해외 회계법인의 경우 서류를 검토해야 회계의 질을 파악하고 투자자들을 분식회계의 위험에서 보호할 수 있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 당국에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주권 침해라며 허용하지 않고 있어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기소된 업체들은 양국 정부가 먼저 외교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스트앤드영 중국 법인은 "관련법과 규정에 따를 수 있도록 양국의 규제 당국이 합의하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PwC는 "이것은 전문적인 영역의 문제로 우리 중국 법인은 현지법을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9개 중국 기업들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다. 지금까지 50여개 중국 기업들이 회계부정으로 미국 증시에서 상장 폐지됐다. 기업과 개인이 기소된 것도 40건이 넘는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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