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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노모 가업 잇는 예비역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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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노모 가업 잇는 예비역 대령

입력
2012.12.0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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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강원 원주시 단구동 서원대로 인근의 33㎡ 남짓한 이발관. 나비 넥타이를 맨 이발사가 정성스레 손님의 머리를 다듬고 있다. 하얀 면도거품을 내고 날카로운 면도날을 다루는 모습이 영락 없는 베테랑 이발사다. 뒤편에서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팔순의 어머니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이 곳은 전순옥(85)씨와 장남 이성식(62)씨 모자가 운영하는 명륜이발관. 50년 넘게 어머니가 운영하던 이발관을 아들이 2년 전 이어 받았다.

전씨는 이씨가 중학교 1학년 이던 1961년 남편이 갑자기 쓰러진 후 이발소를 하며 4남매를 홀로 키웠다. 여성 이용사가 거의 없던 시절에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다. 올해로 경력 52년째로 국내 최고령 이용사인 전씨는 오래된 단골손님이 찾아올 때만 가위를 잡는다.

팔순 노모의 가업을 잇는 이씨는 군 지휘관 출신. 육군사관학교(30기)를 졸업하고 31년간 야전부대 소대장과 중대장,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제1야전군사령부 등 요직을 두루 거치고 2005년 대령으로 예편했다.

이런 이씨가 가위를 처음 잡은 때는 2002년이다. 외아들인 그는 전역을 하면 원주로 돌아와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생각에 군 재직시절부터 이용기술을 익혔다. 서울과 원주의 이용 전문학원을 다니며 실력을 키웠다. 이씨는 “어머니의 평생 숨결이 남아 있는 이발소를 지키고 싶어 이용사가 돼 제2의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발관 운영 외에도 틈나는 대로 인근 군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주말이면 병원을 찾아 노인환자를 보살핀다. 그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어머니와 이웃들을 돌보며 이발소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원주=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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