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북부 릴에 사는 쥐스틴 포리에(23)는 보건행정 석사학위를 갖고 있지만 2년 간의 수습사원을 끝으로 8개월째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력서를 200통 넘게 보내고 10여명의 채용담당자를 만났지만 허사였다. 애완견을 돌봐주고 받는 일당 6달러가 수입의 전부인 그는 "미치지 않으려고" 남는 시간에 수채화를 그린다.
경영학 석사인 루이즈 샤를레(25)는 의류회사 수습사원으로 2년 간 일한 뒤로는 단기 임시직을 전전하고 있다. 그는 "부모세대는 평생직장을 얻었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일자리와 거주지를 바꿔야 한다"고 푸념했다. 경영학을 전공한 야스민 아스크리(26)는 정규직 채용을 조건으로 인턴사원이 됐으나 회사는 약속을 어겼다. 정규직을 얻으려 릴에서 파리로 이사한 그는 3년 넘게 구직 중이다.
프랑스의 청년실업이 비교적 사정이 나았던 고학력층으로 번지면서 청년세대가 임시직을 전전하거나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표류세대(floating generation)'로 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 보도했다. 심각한 취업난이 경제위기를 촉발한 남부 유럽에서 부국인 중부 유럽으로 확산되는 징후로 읽힌다.
NYT는 청년층의 비정규직화가 프랑스에서 특히 유별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청년(15~24세) 실업률은 22%로 스페인(51%) 이탈리아(36%) 등 남부 유럽 재정위기국보다 낮지만 청년 취업자 중 계약직은 무려 82%에 이른다. 유럽연합(EU) 27개국 전체의 청년 계약직은 42%다. NYT는 "프랑스에서 수십년 간 규범처럼 통용됐던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고 전했다. 구직을 아예 포기하는 청년도 늘어 프랑스에서만 16.7%에 달한다. 물론 프랑스에서 학위 소지자는 비소지자에 비해 실업률이 4분의 1 수준이지만 취업에 걸리는 기간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고학력 실업자 증가는 일차적으로 유럽 경제위기의 산물이지만 프랑스의 경직된 사회풍토에도 원인이 있다. 대학은 엘리트주의 전통을 고수하느라 교양교육에 치중하고 기업이 원하는 기능교육을 등한시한다. 회사는 세금 부담 때문에 정규직 고용을 꺼리는 반면 정규직 권익을 보호하는 노동조합의 힘은 막강해 신규인력 취업을 어렵게 한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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