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고 설 연휴고 할 것 없이 훈련 스케줄이 빡빡하지만 12월 19일에는 온종일 일정을 비워놨어요. 어머니와 손 잡고 투표하러 갈 생각이거든요."
4일 국가대표 펜싱 선수의 요람인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 개선관 앞에서 만난 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신아람(27ㆍ계룡시청)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19일 아침 일찍 KTX 열차를 타고 대전 집에 내려가 투표장에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부터 A급 선수권대회와 그랑프리대회 등 굵직한 국제 펜싱대회가 열려 대회 준비로 분주한 시기이지만 "투표일만큼은 감독님도 선수들의 귀향을 허락했다"는 것이다.
런던올림픽 여자 에페 준결승에서 심판이 마지막 1초를 터무니 없이 길게 잡은 탓에 역전패한 '1초 오심'사건의 피해자인 그는 "생각지도 않게 그 일이 '그저 내 할 일만 하며 살면 된다'는 마음을 버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꼭 어떤 대통령이면 올림픽 오심이 안 나온다는 차원은 아니고요. 국가의 위상과 외교력, 정부 부처 움직임 하나하나가 참 많은 국민들과 체육인들의 삶에 촘촘히 영향을 준다는 점을 새삼 체감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선거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 같아요."
최근에는 선거가 2주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이어지는 고된 훈련을 마친 후 틈틈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후보들의 공식 홈페이지를 찾아 공약들을 들여다본다고 한다. 나열된 공약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시하는 것은 실천 의지와 실현 가능성이라고 했다.
"솔직히 약속만 하는 것은 쉽잖아요. 저는 정말 가능한 내용인지, 뚜렷한 계획은 있는지가 궁금한데 후보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공약 목록뿐 아니라 정책 세미나 토론문이나 연설 동영상 등이 있어서 판단에 유용한 자료가 되더라고요."
그가 가장 먼저 눈여겨본 것은 체육과 교육 부문 공약이다. 주변 지방자치단체 소속 스포츠팀이 재정난을 이유로 줄줄이 해체되는 상황 등이 늘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은퇴 후 진로에 대한 관심도 많아 체육교육 분야 공약도 꼼꼼히 살펴볼 계획이다.
2007년 대선에서 현재 그의 나이인 20대 후반의 연령대별 투표율이 꼴찌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자 그는 또래들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생각보다 투표가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직 절감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긴 인생을 즐기기 바쁜 나이잖아요. 하지만 우리 이 때만큼은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히 뜯어보고 대한민국 국민에게 주어지는 투표권이라는 막중한 권한을 한껏 즐기자고요!"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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