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케이블 채널에서 인기를 누린 미국 드라마 ‘하우스’, ‘로 앤 오더’의 작가 데이빗 쇼어(54)씨와 ‘번 노티스’, ‘더 굿 가이즈’의 작가 맷 닉스(42)씨가 한국을 찾았다. 4일 한국방송작가협회와 SBS문화재단이 공동 개최한 ‘방송작가 마스터클래스- 미드 최강 크리에이터를 만나다’의 특강을 위해서다.
강연에 앞서 언론 인터뷰를 가진 닉스씨는 “공중파에서 방영중인‘드라마의 제왕’을 보면서 한국 드라마의 제작환경을 엿볼 수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국의 드라마 작가들은 캐릭터의 감정표현에 있어서 탁월한 듯하며, 이 때문에 한국 드라마가 인기 있고 그만 보기 힘든 것 같다”고 했다.
‘번 노티스’는 CIA에서 활동한 스파이 요원이 해고 통지를 받으면서 시작되는 범죄물 드라마로, 화려한 액션과 스펙터클 한 볼거리가 장점. 그는 2008년 이 드라마로 전미 미스터리 최고 드라마 작가상인 에드거 앨런 포 상을 받았다.
닉스씨는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입장도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한국 드라마는 모든 게 빨리 진행되고 사전제작이 힘들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빠른 작업은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시간을 더 준다고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고 봐요.”
미드의 경우 시즌당 하나의 에피소드 제작비가 케이블방송 채널은 150만~300만 달러(16억~32억원), 유료방송 채널은 500만~700만 달러(54억~76억원)가 들어간다. 국내 드라마는 미니시리즈의 경우 회당 1억~2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다. 미드와 비교하면 회당 제작비가 20배 가까이 차이 난다. 그는 “미드는 사전 준비와 제작 기간이 길기 때문”이라며 “역사드라마 ‘롬’(ROME)은 13개의 에피소드를 만들기 위해 9억 달러(1,00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완벽한 액션과 컴퓨터그래픽(CG)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선 철저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며 “한국 드라마는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장면보다는 캐릭터간 대화로 푸는 감정선이 많고, 액션과 CG 장면에서의 시간활용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
2005년부터 시즌8까지 이어진 ‘하우스’와 20년 장수 범죄드라마 ‘로 앤 오더’를 집필한 쇼어씨는 드라마에는 전문성이 녹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우스’엔 실제로 3명의 의사가 대본 컨설턴트로 있어요. 작가 중 한 명은 의사출신이죠. 녹화 스튜디오에는 전문 지식의 조언을 위해 간호사가 상주하고 있습니다.”
물론 작품성은 빼놓을 수 없는 성공의 요인. “‘하우스’는 의학드라마지만 삶과 죽음에 초점을 맞춘 사람 이야기죠. 어렵고 힘든 상황을 극복한 캐릭터와 이야기들이 좋은 드라마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트렌드만을 좇아 똑 같은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건 금물입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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