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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아야 할 것을 우린 잊고 살았어요.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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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아야 할 것을 우린 잊고 살았어요. 죄송해요”

입력
2012.12.0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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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고통 속에 사는 유족들은 얼마나 외롭고 고독하겠어요. 영화 찍는 내내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고 살았다는 것에 너무 죄송했어요.”

화제의 영화 ‘26년’의 배우 한혜진(31)을 3일 서울 사간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5ㆍ18 유족이 복수하러 나선다는 영화 속에서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에게 총구를 겨누는 미진의 역할을 맡았다.

여러 차례 무산의 위기를 겪은 영화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인 ‘제작두레’의 도움을 얻어 완성될 수 있었다. “제작두레에 참여한 분들과 영화를 보며 함께 펑펑 울었어요. 이 영화 만들어보자고 쌈짓돈을 꺼낸 분들이에요. 어느 한 학생은 전화를 걸어 곧 알바비를 받을 것 같으니 제작두레 모금 마감을 며칠 늦춰달라고도 했대요. 영화 본 후 서로에게 고맙다고 박수쳤고, 서로 그만 울라고 달래줬어요.”

그는 극중 미진의 캐릭터에 대해 “5ㆍ18로 부모를 잃었어요. 한마디로 잃을 게 없어 무서울 게 없는 사람이에요”라며 가여워했다.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하물며 사과도 없는데 용서할 수 없겠죠.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다 해도 아빠와 엄마 내 가족을 잃었는데 용서가 가능할까요. 처절하게 노력해보겠지만 결코 쉽지 않을 거에요.”

사망자들의 영정으로 가득 찬 5ㆍ18 유영봉안소에서의 촬영을 떠올린 그는 “촬영 전 모든 스태프들이 묵념을 하고 좋은 영화 만들겠다며 다짐 했어요. 그분들의 영정을 보는 순간 기가 막혔고 너무 떨렸어요. 교복 입은 어린 학생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얼굴을 보며 그분들이 뭔가 전하는 것만 같아 한편으론 잘할 수 있을까 두렵기도 했어요”라고 회상했다.

한혜진은 한달 전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바빠서 다행이에요. 집에서 쉴 때 문득 떠올라요. 그땐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어요. 이 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제일 많이 응원해주셨어요. 꼭 보여드리고 싶은 영화였는데 먼저 가신 게 너무 야속하고 아쉬워요.”

그는 예능프로그램인 ‘힐링캠프’를 통해 대중들과 많이 가까워졌다. “예전엔 연기자는 연기로만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힐링캠프’를 통해 많이 자유로워졌어요. 또 나이가 드니까 더 열린 것 같고요. 어느 분야 든 대중과 만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해요. 전에 여배우는 서른부터라 말한 적 있는데 맞는 것 같아요. 어릴 땐 위치에 대한 욕심도 있었는데 이젠 연기 잘하고 싶은 욕심만 있어요.”지난달 29일 개봉한 ‘26년’은 3일 90만 명을 넘어서 1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박승현(서울여대 방송영상학 4년) 인턴기자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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