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장면에서 이세돌이 ▲로 백 한 점을 따냈을 때 원래는 백이 좌변 쪽에 한 수 더 둬서 지키는 게 옳다. 하지만 지금 형세도 좋지 않은데 상대가 하자는 대로 고분고분 다 받아 주다간 패배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강지성이 "에라 모르겠다."고 손을 빼서 △로 둬서 오른쪽 백 대마부터 돌봤는데 이세돌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사람이 아니다.
즉각 1, 3으로 움직여서 뭔가 공작을 시작했다. 이때 백의 응수가 쉽지 않다. 그냥 A로 잇는 건 B가 선수여서 중앙 백돌 전체가 위험해진다. 강지성이 한참 고민 끝에 4로 받았지만 이 때문에 좌변 흑돌은 언제든지 백 한 점을 끊어 잡을 수 있어서 매우 탄력 있는 형태가 됐다.
그래 놓고 5로 중앙 흑돌을 살려 내자 이제는 거꾸로 백이 더 곤란해 보인다. 국면이 계속 어렵게 꼬이자 강지성이 마음이 급해졌는지 6으로 장문 비슷하게 씌운 게 결과적으로 너무 심했다. 한 템포 늦춰서 1정도로 뒀으면 약간 불리하나마 그런대로 긴 승부로 이끌어 나갈 수 있었다. 실전에서는 9, 11을 당해서 오히려 중앙 백돌이 위험해졌다. 그나마 12가 좋은 맥점 같기는 한데 과연 결과가 어찌될 지 궁금하다.
박영철 객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