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현대음악의 길] <3> 소프라노 서예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현대음악의 길] <3> 소프라노 서예리

입력
2012.12.04 11:39
0 0

어쩌다 그의 노래를 한 번 접하고 최고의 무대였다고 지레 예단하지 말자. 그의 일부만을 접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니까. 소프라노 서예리(36). 전통에서 전위까지 능란하게 구현하는 그는 서양 음악사를 한 몸에 압축한다. '1,000년을 아우르는 소프라노', 독일에서 얻은 평이다.

지난 2000년 베를린음악축제는 85세 생일을 맞은 현대음악의 거장 피에르 불레즈를 위한 자리였다. 소프라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자신의 70분 짜리 대작 'Pli selon pli'가 실연되기 전, 불레즈는 "내 곡이 서예리의 수정 같은 목소리로 연주되는 것은 크나큰 영광"이라고 감사했다.

지난 11월 26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서씨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줬다. 헨델의 '울게 하소서' 등 귀에 익은 명곡만을 불렀다.

고전ㆍ낭만주의 시대, 이른바 공통관습 시대 작품의 무대에서 그는 영락 없는 리릭 소프라노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는 세계에서 드물게 고음악과 현대음악에 모두 능한 전문 연주자다. 런던심포니가 위촉한 토르스텐 라쉬의 '13개의 오케스트라 가곡' 세계초연을 비롯해 볼프강 림, 리게티, 진은숙 등의 현대음악 연주로 호평을 받았다.

그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03년 인스부르크 고음악 페스티벌에서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로 데뷔하면서부터다. 고음악의 무서운 신예였던 그는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스위스 바젤의 고음악 전문 학교인 스콜라 칸토룸에 입학, 2007년까지 파고 든다. 돌아보니 그것은 하나의 통찰에 다다르는 과정이었다. 고음악과 현대음악이라는 양 극단은 상통한다는 것을 체득하게 된 것이다.

"둘 다 다양한 음색과 양식이 공존하는 음악이죠. 융통성 있는 해석 능력이 관건이에요."

자유롭다는 얘기다. 반대로 작곡가의 지시가 빽빽이 적혀 있는 고전ㆍ낭만주의 음악이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엄격하다. 그러나 조율이 반 음 정도 낮은 고음악의 음정 체계를 몸으로 구현하는 데에는 반 년이 필요했다.

연주자로서 그는 다양한 음악적 경험에 목말라 있다. "여러 장르의 다양한 곡을 많이 접할수록 작곡가가 요구하는 목소리를 빨리 찾아낼 수 있거든요. 음색을 얼른 바꿀 수 있죠, 카멜레온처럼."

본질적으로 그를 매혹시키는 것은 음향 그 자체다. "국악적 어법을 많이 끌어다 쓴 윤이상의 '밤이여 나뉘어라'는 제게 성악적 요소로서 국악에 눈뜨게 해 주었죠. 그 밑바닥에 있던 게 바로 음향에 대한 관심이었어요." 2015년 상반기까지 많게는 한 달에 8회까지 세계 도처의 무대에 서야 하는 그를 지탱하는 힘일지도 모른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