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목표인 저소득계층에 지급액 겨우 24.6%에 불과
효과 검증 없는 제도 확대 더욱 큰 문제
소득 최하위 바로 위 차상위 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시행 중인 근로장려세제(EITC)가 대상 가구 4곳 가운데 1가구 정도만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부부합산 소득이 연 4,000만원이 넘는 가구 중에도 혜택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실정에도 불구하고 대상을 확대될 예정이어서 성과평가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4일 ‘근로장려세제로 본 복지정책 결정과정의 문제점’ 보고서에서 “EITC가 원래 목표했던 집단 중 실제로 급여를 받는 비율이 매우 낮으며 이로 인해 빈곤감소 효과도 매우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ITC는 저소득층의 가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경제활동 참가를 독려하기 위해 일을 할 때 소득을 보조해 주는 ‘근로조건부 급여’ 지원 제도다. 2012년 현재 부부합산 연간 총 소득 1,700만원 미만, 재산합계액 1억원 미만일 경우 연간 최대 200만원까지 지급된다. 수급대상은 작년 52만2,000가구에서 올해 73만5,000가구로 늘었고 같은 기간 지급액도 4,020억원에서 5,971억원으로 증가했다.
대상과 지급액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빈곤 완화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EITC 수급가구의 소득 분포 1분위(저소득)~10분위(고소득) 가운데 4분위 미만 저소득층은 26%에 불과한 것. 빈곤 계층에 돌아가야 할 지급액 가운데 4분의 3 가까이가 연소득 2,000만원 이상 가구에게 들어간 것으로 윤 연구위원은 추정했다. 실제 부부 근로소득 2,000만원이 넘는데도 EITC를 받는 가구는 70.3%에 달했다. 부부 근로소득이 4,000만원 이상이면서도 EITC를 수급하는 가구도 6.7%나 됐다.
급여액 역시 4분위 미만 가구에 지급된 것은 24.6%에 머물렀다. 애초 제도가 목표한대로라면 수급 요건자가 가장 많은 3분위 가구를 중심으로 1~3분위 가구에 66%의 수급자가 분포됐어야 했다.
윤 연구위원은 “최저생계비 대비 120%를 차상위계층의 빈곤선으로 설정할 경우 EITC가 빈곤율을 감소시킨 효과는 전혀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절대빈곤율을 9.94%에서 1.40%포인트 낮춘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비해 형편없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윤 연구위원은 “소득수준을 초과하는 가구가 급여를 받는 것은 이들의 소득이 과소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며, 소득요건에 부합하는 가구 대부분이 받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의 소득자료가 제대로 취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EITC의 효율을 높이려면 소득확인절차 강화 등 전반적인 세무행정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도가 이렇게 허술한데도 불구하고 EITC는 2015년까지 자영업자에게까지 확대 예정이다. 현재의 수급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혈세만 낭비될 게 뻔한 상황이다. 윤 연구위원은 “제도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효율성과 효과성에 대한 성과평가가 없었고, 현재도 성과평가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 예정돼 있지 않다는 것은 복지정책 결정과정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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