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를 들고 주문 버튼을 누를 준비를 하라."
지난 10월말 미국 IT 전문사이트 는 LG전자의 새로운 스마트폰 '넥서스4'의 미국판매 소식을 이 같이 전했다. 괜한 호들갑이 아니었다.
LG전자가 구글과 함께 개발한 넥서스4는 24분 만에 매진됐다. LG전자 관계자는 "준비한 물량이 모두 떨어져 구매를 하려면 최소 8~9주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부터 넥서스4를 판매한 영국 호주 등 다른 지역에서도 몇 시간 만에 동이 났다.
스마트폰 등장 당시 초기대응 실패로 '지옥 입구까지 다녀왔다'는 얘기가 나왔던 LG전자가 바닥을 찍고 반등의 가속도를 내고 있다. 더불어 관련부품업체인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도 함께 회복조짐을 이어가는 등 LG의 '전자계열 3총사'가 일제히 부활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변화는 시장에서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LG전자가 절치부심,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형제회사들의 기술력을 총동원해 만든 스마트폰 야심작 옵티머스 G가 글로벌시장에서 잇따라 호평을 끌어내고 있는 것. 미국 최고권위의 소비자정보지인 는 최근 스마트폰 평가에서 옵티머스G를 미국 통신업체 AT&T와 스프린트 공급제품 가운데 1위로 올렸다. LG전자 스마트폰이 컨슈머리포트 평가에서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에서도 전자제품 순위 사이트 BCN랭킹에서 옵티머스G는 아이폰5 다음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지난달 15~30일 진행한 올해 최고의 스마트폰을 뽑는 설문 조사에서 옵티머스G는 28.3%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LG전자 관계자는 "아직 갈 길은 멀고 넘어야 할 산도 높다. 하지만 적어도 잃어버린 3년은 이제 끝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3년이란 LG전자가 2008년 스마트폰 시대 도래 이후 수직추락을 거듭한 시기를 말한다.
그 이전까지 LG전자는 모토로라를 제치고 노키아,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휴대폰시장 '빅3'반열에까지 올랐지만 스마트폰 흐름에 대처하지 못해 순식간에 마이너 업체로 전락하게 되었다. 다급해진 LG전자는 전문경영인인 남용 전 부회장을 퇴진시키고, 오너인 구본준 부회장 친정체제로 전환했지만 잘못 끼운 첫 단추는 바로잡기 힘들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선두업체와의 격차는 벌어지게 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고성능과 이용자환경을 갖춘 옵티머스G를 계기로 앞으론 시장판도를 바꿔보겠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LG디스플레이의 부활도 극적이다. 2년 가까이 이어진 지긋지긋한 적자행진으로 직원들은 "실적발표날에는 휴가를 내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 하지만 3분기 영업이익 2,534억원을 기록하며 8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LG디스플레이는 9.1인치 이상 대형 LCD 시장에서 3분기 출하량 5,700만대를 기록, 세계 1위(점유율 29%)를 차지했다. 특히 옵티머스G가 호평을 받으면서, 이 스마트폰에 4.7인치 LCD 화면을 공급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평가도 함께 좋아졌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지난해 80%대로 떨어졌던 공장가동률이 90%대로 올라섰다"며 "4분기에도 90%대 가동률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초부터 회사를 이끈 한상범 부사장이 지난달 말 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이 같은 경영성과 덕분이다.
향후 전망은 더 밝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의 확대가 호재다. LG디스플레이는 전세계 주요 휴대폰 업체의 스마트폰 화면 5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애플조차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제품을 줄이고 LG디스플레이에서 LCD를 대부분 구매할 정도.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에 태블릿PC, 스마트폰, 3D TV 등 고부가가치 LCD 패널 수요가 올해보다 30% 증가할 것"이라며 "LG디스플레이의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2조1,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메라 모듈 세계 1위 업체인 LG이노텍 역시 3분기 262억원의 흑자를 냈다. 1,000만 화소 이상 고급카메라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가장 정밀함이 요구되는 카메라 모듈을 만들기 때문에 기계마다 담당 직원의 이름을 써 붙여놓을 만큼 품질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옵티머스G에 탑재된 1,300만 화소의 카메라모듈도 LG이노텍에서 개발했다. 여기에 고급 카메라에 쓰이는 첨단 손떨림 보정 기능을 적용한 세계 최소 800만 화소 카메라 모듈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덩달아 주력 사업인 카메라모듈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며 "여기에 자동차, 보안, 로봇 등 신성장 사업으로 다변화도 꾀하겠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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