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피해가 없는 미미한 공사 소음이라도 청각이 예민한 경주마에 영향을 줄 경우 시공사가 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노만경)는 전북 정읍시에서 경주마 목장을 운영하는 권모씨가 "공사현장의 소음으로 암말의 유산율이 급증했다"며 남광토건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6,7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말은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잡음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권씨가 사육한 경주마 서러브레드 종은 특히 소리에 민감하다"며 "조용한 목장에 갑작스런 건설소음이 발생하자 말들이 놀라 뛰다가 주변 펜스나 기둥에 부딪쳐 유산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권씨는 2005~2009년 목장과 55m 떨어진 지점에서 터널 공사가 벌어진 이후 암말의 유산율이 2007년 5%, 2008년 14.6%, 2009년 40.9%로 증가하자 소송을 냈다.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소음은 61.1~66.3dB로 주간 소음규제 기준인 70dB보다 낮았다. 재판부는 국내 경주마의 평균 유산율(9.84%)과 망아지가 크기 전까지 사고를 당하는 비율(9.94%), 성장한 말이 경주마가 되는 비율(75.72%) 등을 감안해 유산된 13두 중 7.99두가 경주마로 자랄 수 있다고 판단, 1두당 평균 낙찰가인 3,100여만원을 곱한 뒤 사육비용 등을 뺀 값으로 배상액을 산정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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