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됐던 싱가포르 선적 '제미니호'의 박현열 선장, 김형언 기관장, 이건일 항해사, 이상훈 기관사 등 한국인 선원 4명이 소말리아 해적과 싱가포르 선사간의 합의에 따라 1일 오후 5시55분(이하 한국시간) 모두 석방됐다. 지난해 4월30일 납치된 지 582일만의 일이며 해적 피랍 사건으로는 최장기 사건으로 기록됐다.
정부 당국자는 2일 "건강상 큰 이상은 없으며 이르면 5일쯤 귀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헬기를 통해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대기 중이던 청해부대 강감찬함에 승선한 박 선장은 "감금 당시 우리에서 짐승처럼 지냈다"며 "빗물을 받아먹는데 실지렁이와 올챙이, 애벌레가 떠다니는 것을 속옷으로 걸러내며 생활했다"고 말했다.
박 선장은 "화장실을 이용한 것 외에는 짐승과 다를 바 없었다"면서 "페트병에 물을 담아 작은 수건으로 몸을 닦고 잠을 청하는 생활이 반복됐고 오랜 감금생활로 체중이 모두 10kg정도 빠졌다"고 말했다. 박 선장은 또 "해적들이 가족에게 전화를 걸게 한 뒤 가족이 들으라고 일부러 공포탄을 쏘고 선원들의 목을 비틀어 비명을 지르게 했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해적에게 보상을 하면 우리 국민이 앞으로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감금 당시 선박회사 측과 전화할 때마다 '회사를 믿고 기다리라'고 해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박 선장 등의 석방 과정도 막판까지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이미 해적들이 석방 약속을 한차례 어긴 적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상대로 한 돌발 상황에도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당초 소형 선박을 이용하려다 기상 악화로 헬기를 투입시켜 이들을 강감찬함에 옮겼다.
석방은 소말리아 지역 해변에서 싱가포르 선사와 해적간에 선원과 협상금을 맞교환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미니호 한국인 선원은 지난해 4월30일 케냐 해역을 지나던 중 몸바사항 남동쪽 해상에서 납치됐다. 피랍 당시 선박에는 한국인 4명 외 인도네시아인, 미얀마 인, 중국인 등 모두 25명이 타고 있었다. 이 중 한국인 선원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과 선박은 선사 측과 해적간 협상을 통해 지난해 12월1일 석방됐다. 해적들은 1차 석방 과정에서 한국인 선원 4명을 다시 소말리아 내륙 지방으로 데려간 뒤 추가 몸값을 요구했다.
해적들은 또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사망한 해적 8명의 몸값과 국내로 붙잡혀온 해적 5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등 정치적 명분을 앞세워 비현실적인 금액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다 해적들은 이후 협상금액을 낮췄고 싱가포르 선사도 적극 교섭에 나서면서 협상이 타결됐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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