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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이 사회주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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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이 사회주의라고?

입력
2012.12.0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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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15일 오전 11시 36분 중국 베이징(北京)시 인민대회당 기자회견장. 중국공산당 제16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6기1중전회)가 끝난 뒤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를 비롯한 신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9명이 순서대로 무대에 올랐다. 맨 왼쪽에 선 후 총서기는 전세계를 향해 "마르크스ㆍ레닌주의, 마오쩌둥(毛澤東) 사상, 덩샤오핑(鄧小平)이론과 삼개대표(三個代表) 중요사상을 우리 당의 지도이념으로 삼아 흔들리지 않고 샤오캉(小康)사회(중산층도 풍요롭게 사는 사회)의 건설과 사회주의 현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11월 15일 오전 11시 53분 같은 곳. 중국공산당 18기1중전회를 통해 최고 지도자로 결정된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다른 6명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을 이끌고 나왔다. 한가운데 선 그는 "우리 민족은 5,000여년간의 인류 문명 발전 과정에서 지대한 공헌을 해 온 위대한 민족"이라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해 분투하는 것이 우리의 역사적 책임"이라고 선언했다. 시 총서기는 "우리 인민은 근면하고 용감하며 지혜롭다"면서 "이런 인민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중국을 이끌어 온 후 주석과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을 이끌어 갈 시 총서기의 취임 일성이다. 후 주석의 말은 결국 사회주의의 길을 걷겠다는 것이었고 시 총서기의 목소리는 중화 사상의 부활 선언이라 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생각은 최고 지도자로 공식 확정된 뒤 다른 상무위원들과 함께 찾은 첫 방문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후 주석은 총서기 자리를 넘겨받은 지 20일만인 2002년 12월 5일 쩡칭훙(曾慶紅) 당시 상무위원 등과 함께 베이징에서 360㎞ 떨어진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藏)시의 산골 마을 시바이포(西栢坡)를 찾았다. 마오쩌둥이 1949년 국민당군을 쫓아내고 수도 베이징을 탈환하기 직전 마지막 농촌 지휘소로 삼은 곳이다. 마오쩌둥은 당시 주요 간부들을 향해 "우리가 베이핑(北平ㆍ베이징의 옛 이름)으로 들어가는 것은 혁명을 계속하고 사회주의를 건설하려는 것임을 잊지 말라"고 역설했다.

시 총서기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베이징시 한복판인 톈안먼(天安門)광장의 국가박물관이다. 그는 총서기 취임 2주만인 지난달 29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을 모두 대동한 채 중국 근현대사를 주제로 한 '부흥의 길' 전시회를 관람했다. 2003년 문을 열었다가 대대적인 확장 공사를 거쳐 지난해 재개관한 국가박물관은 총면적이 약 20만㎡에 달해 단일 면적으론 세계 최대의 규모다. 그는 이날 상무위원들을 좌우로 세운 채 10여분간 원고 한번 보지 않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바로 중국의 가장 위대한 꿈"이라고 소리쳤다.

중국을 사회주의 체제라고 말하지만 시 총서기의 말과 행동은 이제 중국이 '위대한 중화 민족의 나라'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겉으로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고 떠들지만 실제로는 중화민족주의, 중국제일주의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더구나 중국은 이미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드넓은 영토를 통일한 상태다. 그것도 모자라 작은 섬 하나, 바닷물 한 방울, 나아가 우주 공간까지 포기할 수 없다며 주변국을 향해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중화의 부활을 보면서 우릴 돌아보면 숨이 턱 막힌다. 우리 선조들은 만주 벌판까지 호령하며 '위대한 중화'와 당당히 겨뤘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한반도 남쪽에 갇혀 섬 아닌 섬이 된 채 역사마저 점점 망각하고 있다. 통일된 국가로 맞서도 어려울 판에 남북으로 분단됐고 그나마도 좌우로 나뉘고 빈부로 갈라진 상태다. 곧 다가올 격변의 미래를 준비할 지혜와 행동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과거를 잊으면 미래를 잃는다. 한민족, 정신차릴 때다.

박일근 베이징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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