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역전마라톤 원년 멤버 4명을 비롯한 원로 육상인 8명이 1일 파주시 임진각을 찾았다.
백발이 성성한'경부역전의 용사'눈에는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눈물이 가득 고였다. 비록 일흔과 여든을 훌쩍 넘긴 노장들이지만 수은주 밑으로 파고드는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손자 뻘 후배 마라토너들이 옮기는 발걸음을 단 1초라도 놓칠세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은 제58회 경부역전마라톤에 출전한 선수들이 사상 처음으로 비무장지대(DMZ) 남쪽 민간인통제구역을 넘어 북으로 첫 발을 떼는 장면을 직접 지켜보기 위해 노구를 일으켰다. 오후 1시 마침내 8개 시도 마지막 주자들이 어깨 끈을 이어받고 민통선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리기 시작하자 가슴 벅찬 감동이 밀려오는 듯 감회에 빠져 들었다. 1955년 제1회 대회 서울대표로 참가했다는 이상철(78)옹은 "내 생전 이 순간과 함께 하리라곤 감히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첫 걸음에 불과하다. 개성~평양~신의주까지 달려야 한다"며 감격해했다.
48년 런던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한 최윤칠(84)옹은 "많은 육상인들이 54년 한국일보 장기영 창간사주를 찾아가 손기정, 서윤복의 '족패천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남북을 종단하는 역전마라톤대회 창설을 권유했었다"라며 당시를 회고했다.
육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경부역전마라톤이 민통선을 넘어 북쪽으로 코스를 연장한 것에 대해 "늘어난 거리가 비록 7.2km(통일대교~군내삼거리)에 불과하지만 향후 경부역전마라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일대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동진(64)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은 "이 대회는 한국 육상의 문화재이자 그 중에서도 국보와 같은 존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나아가"경부역전마라톤 연장선에서 남북한을 관통하는 DMZ 마라톤대회도 추진해 볼만 하다"고 덧붙였다.
황규훈(59) 연맹부회장 겸 삼성전자 육상단 감독도 "경부역전마라톤의 취지가 통일의 염원을 안고 국토 대종단에 있는 만큼 내년에는 개성공단을 넘어 북녘 땅까지 달릴 수 있도록 정부 관계부처와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전세계를 통틀어 역전마라톤은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대회다. 일본과는 활발한 교류가 있지만 중국육상연맹측과도 협의해 코스를 연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한중일 국제역전대회 창설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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