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곡인 하차투리안의 발레모음곡 ‘가이느’ 중 ‘레즈인카’를 끝낸 후에야 공연 내내 석고상처럼 굳어 있던 연주자들의 표정에 마침내 옅은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상임지휘자와의 갈등과 법인화 진통으로 지난 2월 정기연주회 이후 무대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KBS교향악단이 11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재단법인 출범 기념 특별연주회를 열었다. 약 9개월 간 ‘연주하지 않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보낸 심적 고통의 무게 때문인지 2,300여 관객의 힘찬 격려의 박수에 단원들은 보일 듯 말 듯한 수줍은 미소로 화답했다.
이날 음악회는 9월 재단법인으로 재출범한 KBS교향악단의 새 출발을 알리는 자리여서 음악 애호가들의 관심이 높았다. 악단은 10월에 400석 규모 소극장에서 태풍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한 자선 음악회를 열었지만 상임지휘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러시아의 미하일 플레트뇨프가 객원 지휘자로 참여한 이번이 사실상 본격적인 법인 출범 후 첫 연주회였다. 10월에 선발된 신입 단원 14명도 함께 무대에 섰다.
리스트의 교향시 4번 ‘오르페우스’와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작품 77을 연주한 1부는 역시 오랜 연주회 공백을 숨길 수 없었던 무대였다. 눈에 띄는 큰 실수는 없었지만 각 악기군의 음색이 고르지 못했다. 협연자로 나서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난 바이올리니스트 알리나 포고스트키나는 고음부의 테크닉이 좋은 연주자였다.
단원들의 긴장이 풀린 2부에서는 KBS교향악단의 재도약 가능성이 엿보였다. 차이콥스키 음악 해석에 탁월한 플레트뇨프의 지휘는 여유가 넘쳤다. 차이콥스키의 관현악모음곡 3번을 연주한 악단은 4악장 주제와 변주의 웅장한 볼륨감으로 객석을 압도하면서 큰 박수를 받았다. 좋은 상임지휘자를 영입한다면 한국의 대표 오케스트라로서 KBS교향악단의 부활을 기대할 만했다.
KBS교향악단은 14일 두 번째 재단법인 출범 기념 특별연주회와 23일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열고 내년 2~5월에 네 차례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상임지휘자 영입은 이르면 내년 7월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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