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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복지, 증세와 투자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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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복지, 증세와 투자의 경제학

입력
2012.12.0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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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일 년에 10만 명당 약 100명 정도로,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다. 노인자살은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큰 원인이다. 아직 캄캄한 새벽에 성치 않은 몸으로 카트를 끌고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을 볼 때마다 국민을 위해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복지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생존은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이유이며 복지정책의 최소한의 목표일 것이다.

다행히 현 정부에서 복지정책을 포기하다시피 한 것이 잘못되었음을 인식하고 다음 정부에서는 복지정부를 표방하겠다고 대선캠프마다 외치고 있다. 하지만 복지정책을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정부의 재원 조달은 세금을 늘리거나 채권을 발행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이 중 채권발행을 통한 재원조달은 다음 세대에게 빚지는 것을 의미하므로 궁극적으로는 증세만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현재 진행되는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증세를 하지 않고 세금 탈루와 낭비적 세출을 없애는 구조조정을 통해서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정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조치이지 주요 대선공약으로 내세울 만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조치만을 약속하는 것으로 그친다면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증세를 반대하는 주장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꺾어 투자를 감소시킨다. 즉, 법인세나 소득세가 높아지면 투자를 하기보다는 다른 곳에 쓸 것이다.' 둘째, '설령 투자를 하더라도 한국에 투자하지 않고 외국에 투자하게 될 것이며, 결국 한국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다.' 셋째, '부자들이 높은 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타국으로 국적을 바꿀 것이므로 결국 세원도 감소하게 될 것이다.'

이 주장들은 현실적으로 옳은 주장들일까? 첫째, 지난 4년간 감세정책으로 투자와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가에 대한 대답은 회의적이다. 경제학에서는 투자는 자본조달 비용(쉽게 말하면 대출이자율)과 투자로부터의 예상수익률에 의해 결정된다고 가르쳐 주고 있다. 어떤 사업에 대해 투자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혹은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는 세전 예상수익률이 자금조달비용보다 더 높은가에 달린 것이지 법인세나 소득세율에 따른 것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법인세율과 투자 사이 관계에 대한 연구들에서는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함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투자자 워렌 버핏은 "자본소득세가 증가한다고 해서 투자를 줄이는 것은 본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둘째, 한국 세율이 높으면 한국에 투자하지 않고 외국에 투자할 것이라는 것도 잘못된 예상이다. 물론 한국에서 법인세나 소득세가 높으면 당장은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하지만 한국 거주자인 이상 최종세율은 한국 세율에 의해서 다시 조정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한국과 외국의 세율 차이에 의해서 어느 나라에 투자할 것인가가 결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지막으로, 세율이 높으면 외국으로 국적을 바꿀 것인가. 최근 프랑스에서 세율을 올리겠다고 하니까 최고 갑부인 루이뷔통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벨기에로 귀화신청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우리나라 기업인들 중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에 뿌리박고 살고 한국인으로 경제활동을 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소득과 부를 얻을 수 있었는데 이러한 환경을 버리고 외국인이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결국, 증세를 한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투자가 감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물론 세금이 늘고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면 소비가 줄어드는 부분이 있을 것이지만, 복지정책을 통해 소비가 증가하는 부분은 더 클 것이기 때문에 경기 회복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세금증가라는 것은 '조세저항'이라는 감정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떤 방법으로 누구에 대해 추가적 과세를 할 것인지를 잘 설계해야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근엽 충남대 경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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