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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강한 일본'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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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강한 일본'의 환상

입력
2012.12.0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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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이맘 때 국내외 언론들은 지구촌의 새해(2012년)를 선거의 해 혹은 권력 교체의 해로 규정했다. 실제로 1월 14일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러시아, 프랑스, 미국, 중국 등 많은 나라에서 선거가 이뤄지거나 권력이 바뀌었다. 하나하나 세지 않으면 얼마나 많은 나라가 권력 교체의 과정을 밟았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숨가쁜 시간이 지난 끝에 이제 동아시아의 두 나라 한국과 일본이 한 해의 대미를 장식할 치열한 선거전에 돌입해 있다.

하지만 이웃 일본의 총선(중의원)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마음은 영 불편하다. 기대와 흥분 속에 새 정권의 탄생을 지켜봐야겠지만 일본 총선에서는 걱정과 우려가 앞선다. 그것은 선거에 나서는 일본 정치 세력들의 공약이 지나치게 공격적이어서 이웃 국가들을 잔뜩 긴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자민당은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국방군을 창설하며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시마네현이 주관하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 행사를 정부 행사로 승격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참여한 극우정당 일본유신회는 아예 평화헌법을 폐기하고 자주헌법을 만들겠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평화헌법을 부인하고 전후 일본 체제를 부정한다고 비판하면서도 공약에서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대외 관계에서는 강경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 공약 말고도 탈원전, 경제 부흥,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 등 중요한 공약이 많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번에는 헌법 개정과 외교안보문제가 두드러진다. 이처럼 '강한 일본'이 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패배감 등을 배경으로 거론한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일본이 세계 2위 경제국의 지위를 중국에 빼앗기고 경제 불황, 고령화, 출산율 하락, 높은 부채 등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강한 일본'의 욕망은 결국 '약화하는 국력의 반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일본 유권자들은 이웃 국가의 반발 여부에 상관 없이, 그 위험성에 관계 없이, 표면적으로는 이들 공약을 적극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지지율 조사에서 자민당이 1위를 달리고 민주당과 일본유신회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들 정당과는 지향점과 성격이 다른 사민당이나 공산당은 그 존재감이 극도로 미약해 눈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극우 공약이 일본을 강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자민당의 극우 행보를 주도하는 아베 신조 총재만 해도 당내 기반이 약한 데다 철저한 친미주의자여서 미국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논란이 되는 외교 정책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평화헌법의 수정 혹은 폐기는 그것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전혀 없는 데다 국민 역시 별 관심이 없다는 점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유권자들이 평화헌법의 수정 혹은 폐기에 무관심하면서도 그런 공약을 내건 정당을 지지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거 국면에서 그런 모순은 흔한 일이니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했다가 자동차 등 중국 현지 일본 기업의 가동과 판매가 극히 부진해져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입은 것에서 알 수 있듯 '강한 일본' 정책을 어설프게 밀어붙이다가 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긴장과 갈등을 부르고 이웃 국가의 눈총을 받으면 강한 나라가 될 수 없다. 안으로는 풍요롭고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면서 밖으로는 선린과 평화를 추구해야 강한 나라가 될 수 있다고 하면 너무 관념적인 지적일까. 강한 나라를 이루겠다는 일본 정당들의 공약은 시대착오적이고 허황스럽다.

박광희 국제부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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