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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유럽을 잃었다

입력
2012.12.0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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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유럽을 잃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11월 29일 유엔의 팔레스타인 지위 격상 투표 결과를 접하고 받은 충격을 이렇게 표현했다. 팔레스타인이 제3 세계의 동정표를 얻고 있었기에 투표 결과 자체는 놀랄 것이 아니었다. 이스라엘을 경악시킨 것은 유럽의 우방들이 일제히 팔레스타인 지위 격상에 찬성 또는 기권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이날 투표에서 지위 격상에 반대한 유럽국은 2차 대전 직후부터 이스라엘 맹방이었던 체코가 유일했다. 지난해 팔레스타인의 유네스코 가입 당시 투표와 비교해도 이스라엘이 받은 충격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반대표를 던졌던 독일, 리투아니아, 네덜란드가 이번에 기권으로 돌아섰고 스웨덴은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수정했다. 이탈리아 등 5개국은 기권을 했다가 이번엔 찬성을 했다.

유럽 국가들은 무슨 이유로 이처럼 급격히 이스라엘에서 등을 돌렸을까.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가 30일 기사에서 그 이유를 제시했다.

이스라엘은 독일의 입장 선회에 가장 큰 타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아돌프 히틀러가 유대인을 상대로 저지른 원죄 때문이라도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친 이스라엘 성향 국가로 분류돼왔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008년 이스라엘 의회 연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역사적 책무는 독일이란 나라의 존재 이유 중 하나”라고 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면서 양국은 예전 같은 우호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 전문을 보면 메르켈 총리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10년 전화 통화에서 정착촌 문제로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다. 독일 국내 문제도 작용했다. 메르켈 총리는 내년 총선에서 사회민주당과의 연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사민당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어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이탈리아는 총리가 바뀌면서 입장이 변했다. 열렬한 이스라엘 지지자이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후임으로 취임한 마리오 몬티 총리는 이스라엘의 일방주의에 여러 차례 제동을 걸어왔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시절부터 삐걱거리던 프랑스와 이스라엘의 관계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제자리걸음이다.

포린폴리시는 이스라엘이 고립을 타개하기 위해 유럽 국가를 상대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지난 2년간 유럽 대륙을 돌며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과 상반되는 점이다.

유럽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손을 든 이유는 또 있다. 최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습한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민심을 얻었는데 유럽 국가들이 급진파인 하마스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압바스 수반이 속한 온건 성향 파타당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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