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의 취임식이 극렬한 반대 시위로 얼룩졌다.
니에토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국회의사당(하원)에서 "헌법을 보호하고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직을 수행할 것"이라는 대통령 선서를 했다. 하지만 의사당 안팎에서는 권위주의와 독재 회귀를 우려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일부 좌파 의원들은 의사당 안에 '멕시코는 슬픔에 빠졌다'는 현수막을 걸고 니에토 대통령의 취임을 규탄했다. 리카르도 몬레알 하원의원은 "니에토 대통령의 취임은 과거로의 회귀"라며 비판했다.
2000년까지 71년간 멕시코를 집권했던 제도혁명당(PRI) 소속 니에토 대통령의 취임에 시민들도 반대 시위를 이어갔다. 대통령 선서식이 진행된 의회 인근과 멕시코시티 도심에서는 시위대 수백명이 거리로 나와 "PRI 없는 멕시코를 원한다"라고 외치며 화염병을 던지고 시위했다. 최루탄으로 강경 진압한 경찰과 충돌해 시위대 92명이 체포되고 76명이 다쳤다. 니에토 대통령 취임 반대시위에 참가한 알렉산드로(25)는 "그는 많은 이들에게 표를 구걸하기 위해 돈을 뿌렸다"며 "불법선거로 당선된 니에토를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선서식을 마친 니에토 대통령은 인근 국립궁전에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등 국빈이 참석한 자리에서 취임 연설을 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이미 확립돼 우리의 문화로 자리잡았다"며 "모든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국민과 가까운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범죄예방과 경제성장 등 새 정부가 추진할 13개 역점 과제도 발표해 전 정권과의 차별화에 주력했다.
니에토 대통령은 7월 1일 대선에서 좌파 후보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를 약 7%포인트 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이 승리로 12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PRI는 과거 정권 유지를 위해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고 마약 카르텔과 유착하는 등 멕시코 민주주의를 역행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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