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리더십.' 제58회 경부역전마라톤대회 심판장 임상규(55ㆍ사진) 삼성전자 육상단 고문에 대한 육상계 안팎의 반응이다.
하지만 임 고문의 이름 석자 앞엔 무엇보다 '여자마라톤 대부'란 수식어가 자리잡고 있다. 일부에선'여자보다 더 여자의 심리를 잘 아는 지도자'란 평가도 듣고 있다. 실제 1990년대 중반부터 마라톤을 비롯한 여자 중장거리 신기록 대부분은 그의 손에서 빚어졌다. 2시간26분12초 여자마라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권은주를 조련한 데 이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김성은(삼성전자)을 발굴해 마라톤에 입문시켰기 때문이다. 또 2005년 터키 이즈미르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하프마라톤 금메달을 캐낸 이은정도 그의 작품이다. 여기에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경보팀을 일약 세계 정상급으로 끌어올린 것도 그의 지도력에서 비롯됐다. 김현섭(삼성전자)의 2004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주니어선수권 1만m 동메달이 좋은 예다. 김현섭은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에서도 6위에 올랐다. 현재 한국 육상이 세계무대에서 그나마 명함을 낼 수 있는 종목은 경보뿐이다.
1972년 중학교 2학년때 경부역전마라톤에 첫 출전한 임 고문은 그 해 최우수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육상과 본격 인연을 맺었다. 79년 조폐공사에서 실업팀 선수생활을 시작한 그는 81년 전국체전 마라톤 금메달로 대미를 장식했다. 임 고문이 현역 시절 작성한 한국신기록만 10여 차례. 그는 코오롱 마라톤팀 코치를 거쳐, 2001년 삼성전자 여자마라톤과 경보팀을 맡으면서 지도자로서도 만개하기 시작했다.
임 고문은 "새벽녘이 가까울수록 어둠의 농도는 더욱 짙어진다. 한국 육상 역시 침체기에 빠진 지금이야말로 벼락처럼 중흥의 반전을 맞이 할 수 있는 기회다"라며 "경부역전마라톤이야말로 그 출발점이다"라고 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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