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을 통해 이미 소개했던 'My bad!'는 관용구인 동시에 비문법적 표현이다. 왜 이런 말이 대중화돼 다른 표준어보다 더 많이 쓰이는지는 참 의문이다. 언뜻 봐도 형용사인 bad가 소유격my 다음에 쓰이는 것은 적절치 않은데 말이다.
이 표현은 1970년대 이후 길거리 농구에서, 그것도 주로 흑인들의 말에서 시작됐다. 농구를 하다가 '앗 내 실수'라는 말을 해야 할 때 'My mistake'나 'My fault' 'I apologize'등을 사용하는 것 대신 'My bad mistake'를 쓰기 시작했다. 이 말이 다시 줄어서 'My bad!'가 됐다. 이는 다시 90년대 영화 Clueless(1995)에 소개돼 용도가 확장됐다. 이 영화에서 Alicia Silverstone은 운전을 배우다가 '(Cher swerves-to avoid killing a person on a bicycle)Whoops, my bad'라고 말한다. 분명히 '아이쿠, 나의 실수'라는 뜻이다.
지금은 sorry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서도 '내 실수다. 미안하다(My mistake. I take responsibility for that error)'의 뜻으로 사용할 수 있다. 커피숍에서 'You just spilled your coffee on my book'이라고 말하자 'Oh my bad!'라고 말한다. 이는 'It was my fault, and I am so sorry about that'의 뜻을 한번에 전한다. '실수 인정과 사과'를 가장 쉽고 짧은 말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젊은층은 이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여기 쓰인 bad가 연상시키는 또 다른 말 중에는 'Not bad'가 있다. 흔히 'How are you?'라고 물으면 'Fine, thanks, and you?'라고 응답한다. 그러나 이 교과서식 응답이 식상한 젊은층은 'Not bad'를 쓰기 시작했다. 직역하면 '나쁘지 않다'는 뜻인데 이는 한국식 'so-so'보다 좋은 상태를 언급하므로 'Pretty good'의 뜻을 갖는다. 'Not too bad'나 'Not bad'는 일반적인 설명에도 확대됐다. 'The weather is not bad today' 'His play is not bad'와 같은 문장들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뜻이므로 결국 상당히 만족스럽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흑인 아이들은 'the bomb' 'phat' 등을 'Cool'의 의미로 즐겨 쓰는데 'My bad'도 그 중 하나가 됐다. 흑인이 쓰던 말을 백인뿐 아니라 젊은층과 중장년층까지 사용하게 된 것은 미스터리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