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회가 800억원이 넘는 혈세를 낭비한 지방의료원의 매각 또는 폐쇄를 요구하며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일 강원도가 도의회 사회문화위원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원주 강릉 속초 삼척 영월 등 도내 5개 의료원에 지원된 국비는 무려 268억8,600만원이다. 그럼에도 이들 의료원의 누적적자는 840억원까지 불어났다.
여기에 일부 의료원은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장비를 구입하고, 입찰비리 등 도덕적 해이까지 불거지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외치던 강원도가 '밑 빠진 독에 물만 붇다 혈세만 낭비했다'는 비아냥을 듣게 된 이유다.
결국 도의회가 칼을 빼 들었다. 도의회 사회문화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부실 지방의료원 매각 또는 폐쇄 등 가시적인 대책을 요구하며 보건복지여성국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거부했다.
나아가 박상수 도의회의장은 지난달 30일 최문순 지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의료원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2013년도 강원도 예산안 심사를 전면 거부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도의회는 5일로 예정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정상 운영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4일 긴급 의정대표자협의회를 소집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도는 "부실 의료원 청산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한발 물러선 뒤 "하지만 당장 언제까지 몇 개를 매각하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강원지역본부 등 시민단체는 "공공 의료기관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 매각하면 도민의 건강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 없다"며 매각 및 폐쇄 철회를 촉구했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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