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찾아봐라'는 정도는 수사기법상 가능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 그 '정도'를 어느 선에서 결정할 것인지는 종합적으로 판단해 봐야 한다."
부산경찰청 박도영 감찰계장은 지난달 30일 취재진과 만나 최근 불거진 '경찰의 10대 정보원 활용' 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문제의 김모 경사를 직무고발한 것은 "폭행과 협박을 받았다는 학생들의 주장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말로 미뤄보면 경찰의 10대 정보원 활용은 정도가 지나치면 혹시 모를까 그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부산경찰청, 나아가 경찰의 인식으로 볼 수 있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범죄 용의자의 신상 등 정보를 제3자에게 알리는 것만으로도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정보원 역할을 한 10대 청소년이 보복범죄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이 드러난 계기도 경찰이 정보원 노릇을 시킨 10대 청소년이 경찰이 추적을 요구한 특정인을 오토바이로 쫓는 과정에서 전치 6개월의 부상을 입으면서다. 또한 설사 불량 청소년이라 해도 친구를 밀고하고 붙잡는 도구로 쓰는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다.
더구나 정보원 노릇을 한 이유가 자발적 고발의식에서가 아니라 경찰의 협박과 공갈 때문이었다는 진술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아들이 정보원 노릇을 한 걸 알게 된 김모(54)씨는 "경찰이 정상적인 공무 집행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피가 거꾸로 솟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부산경찰청은 폭행과 협박을 당했다는 추가 피해 학생들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나온 뒤에야 해당 경찰관을 대기발령하고 직무고발했다. 경찰청에 관련 제보가 들어간 지 보름이 지난 시점이다. 경찰이 청소년 인권 문제에 아무 생각이 없거나 직무와 관련된 범죄행위를 은폐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니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서 많은 국민들이 경찰의 손을 들어주는 것 같아도, 검찰 쪽에서 '경찰이 수사권을 가질 경우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고 주장해도 경찰이 아무말 못할 수밖에 없는 형편인 것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직도 국민의 눈높이에 한참 미달하는 수준에 있다는 걸 스스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강성명 사회부 기자 sm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