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엔 물가가 정확히 반영돼 통화 교환으로 인해 해당국에 왜곡된 물가 변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균형이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 일례로 미국에서 햄버거 1개가 4달러고, 같은 햄버거 값이 우리나라에서 5,000원이면 동일한 구매력을 가진 '4대 5,000', 즉 '1대 1,250'이 원ㆍ달러의 균형환율이자 적정환율인 셈이다. 하지만 통화시장에서 형성되는 시장환율은 보통 균형환율과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통화거래가 실수요에만 국한된다면 시장환율이 왜곡될 여지도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세계 통화시장에서는 BIS 회원국 기준으로 하루 평균 3조2,100억 달러가 거래된다. 문제는 이 중 90%가 환율 변동에 연계된 이익을 노린 투기적 거래여서 환율이 늘 불안하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환율 왜곡이 심각하면 실물경제에도 큰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에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바로잡는다.
■1995년 4월 79.75엔까지 떨어진 엔•달러 환율은 시장환율이 극단적으로 왜곡됐던 사례다. 일본이 자동차 시장 추가개방에 완강하게 저항하자 미국이 엔화의 가치상승(환율 하락)을 유도해 일본 제품의 수출을 위축시킴으로써 항복을 받아내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 결과 통화시장 투기자들도 일방적인 달러 매도, 엔 매입에 몰렸다. 결국 엔•달러 환율의 수직강하로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주요국들이 모두 나서 시장개입 연합작전까지 벌여야 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늘 논란의 대상이다. 어디까지가 왜곡된 환율을 바로잡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수출 확대 등을 위해 일부러 환율을 왜곡하는 '환율조작'인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미국도 1995년엔 일본으로부터 환율조작국이라는 비난을 샀다. 최근 미국 재무부가 우리나라에 외환시장 개입 자제와 관련자료 공개까지 요구했다. 우리로서는 미국 등의 잇단 금융완화책으로 국내에 달러 유입이 크게 늘어나 원•달러 환율이 비정상 급락하는 걸 막으려던 것인데, 오히려 환율조작 혐의를 받게 된 것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