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비용 과다에 투자자 수억 손해 감수하고 매도, 시장선 자가 전환 희망자 등 급매물 나오자마자 매입, 취득세 감면 앞둔 연말까지 거래 활발 예상
직장인 김모(46)씨는 2008년 4월 서울 여의도의 면적 160㎡ 아파트를 은행대출 4억원을 포함해 10억1,000만원에 구입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계속 떨어지는데다 매달 150여 만원에 달하는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2억원가량 싸게 내놓아 간신히 집을 팔 수 있었다.
서울 양천구에서 전세로 사는 이모(44)씨는 지난달 목동의 115㎡ 아파트를 시세보다 1억원 정도 싼 7억9,000만원에 구입했다. 이씨는 “취득세 감면 효과도 있고 매매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판단해 구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침체된 주택시장에서 급매물이 급격히 소진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동성 확대와 맞물려 향후 주택시장 반등의 전조가 아니냐는 기대감을 제기하고 있지만 9ㆍ10 취득세 감면 조치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진단이 더 많다.
3일 국토해양부의 주택매매 거래량에 따르면 올해 10월 전국 총 주택 거래량은 6만6,411건으로 9월(3만9,806)건보다 66.8% 증가했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전세계적인 경기부양 정책으로 늘어난 통화량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데다 9ㆍ10 대책에 따른 취득세 감면 효과로 급매물이 사라지고 거래량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급매물은 통상적으로 시세보다 5∼10% 정도 가격이 낮게 나온 것을 말한다. 실제로 9ㆍ10 대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9월 말 이후부터 공인중개소에는 급매물이 나오는 대로 대부분 거래되고 급매물을 찾는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인근 공인중개소 최모 대표는 “세제 혜택 막바지를 앞두고 급매물 거래가 늘고 있다”며 “ 급매물로 나와도 거래가 안되던 이전과는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잠실주공5단지 112㎡ 짜리 아파트는 10월 6건, 지난달 8건이 거래됐다. 하지만 판교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9억∼9억5,000만원대인 109㎡아파트는 시세보다 1억원까지 떨어진 급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시장 상황은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연말까지만 취득세가 감면돼 매도자들은 매기(買氣)가 있을 때 가격을 낮추더라도 처분을 원하고 구매자들은 주택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판단과 함께 취득세를 감면 받으려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 노희순 책임연구원은 “주택가격이 충분히 떨어졌다고 판단한 일부 외국인이 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등 외국인 자금유입이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기관과 민간 정보업체들은 내년 수도권 주택시장 경기를 조심스럽지만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떨어지고 있고 올해 워낙 주택 거래량이 적어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거래가 늘고 매매가격 하락폭도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도 전셋값이 집값에 육박하는 지역이 늘어나면서 매매수요가 증가해 하반기부터 주택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 봤다. 하지만 가계부채 때문에 획기적인 거래 활성화 대책이 나오기 힘들어 약세 기조를 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찮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새 정부가 내년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을 제시해도 연착륙을 유도하는 정도에 그칠 뿐 전체 시장 흐름에 변화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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