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곪아 터진 檢… "외부 힘으로 개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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곪아 터진 檢… "외부 힘으로 개혁을"

입력
2012.11.3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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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사퇴한 것으로 한국 검찰의 위기가 끝났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현직 검사의 거액 수뢰 사건, 성추문 사건 등은 검찰을 근본에서부터 개혁할 계기를 마련해 준 사건이라고 보는 시각이 압도적이다.

기소독점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차관급 이상 자리만 55개에 달하는 무소불위의 특권을 누려온 검찰은 잇달아 내부 비리가 터지면서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했다. 거기에 이명박 정부 들어 정권의 보위기구로 전락해 곪을 대로 곪았다는 ‘정치검찰’에 대한 비판까지 더해지면서, 검찰은 이제 숨을 곳조차 없는 형편이다.

뒤이은 검찰 내분 사태는 검찰이 조직이기주의에 얽매여 외부에서 개혁의 메스를 들이댈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 대검 중수부 폐지에 반대하는 특수부 검사들의 ‘일사불란’한 단합에는 거꾸로 막강한 검찰 권력을 순순히 내놓을 수 없다는 조직이기주의가 자리잡고 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오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검찰이 이번에 도덕적으로도 건강하지 못한 조직이라는 게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에서 총장이 물러났다고 검찰의 위기가 끝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 스스로도 국민의 신뢰가 이미 바닥까지 추락했음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물러나는 한 총장의 검찰개혁안 발표를 결사 반대했던 검사들의 논리도 “지금 총장이 개혁안을 낸다고 해서 누가 믿어주겠는가” 였다. 그동안 검찰은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 놓쳤다. 이번 사태에서도 윤대해 서울남부지검 검사는 ‘개혁하는 시늉만 내면 된다’는 속셈을 감춘 기만적인 검찰개혁 주장을 실명으로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렸다가 국민의 공분을 자초했다.

대선 후보들은 앞다퉈 강도높은 검찰개혁안을 제시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 폐지, 상설특검제 도입,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 검찰 권력을 견제하는 기구나 시스템이 구체적으로 제안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역시 검찰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용호게이트 특검을 지낸 차정일 변호사는 “검찰 개혁은 국민의 신뢰와 국민적 합의에서 도출된 기구를 통해 시작돼야 한다”며 “검찰은 이제 외부의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1층 벽면에 걸려 있는 ‘검사 선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았다’. 검찰개혁은 검찰 구성원들이 그 막중한 ‘사명’을 국민이 준 권력으로 착각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의무로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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