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 다섯, 비밀의 방 장미 외 3인 지음 푸른책들 발행ㆍ128쪽ㆍ1만500원
'그 나이 땐 다 그래'하기에는 너무 아픈 청소년들의 성장통이 주제다. 10회 푸른문학상 수상집으로 학교폭력, 동성애 등 4편이 실린 이 책은 어른들이 보기에는 껄끄러운 문제이지만 그들의 언어로 솔직하게 다루고 있다. 신인작가들은 섬세하지는 않지만 풋풋한 시각으로 미세한 마음의 일렁임을 글로 풀어냈다.
표제작인 장미 작가의 '열다섯, 비밀의 방'은 주위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겉돌기만 하는 열다섯 화진이 자신과 꼭 닮은 영혼의 반쪽 연아를 만나면서 또다른 도피를 택한다는 충격적인 결말을 담고 있다.
조규미 작가의 '음성 메시지가 있습니다'는 학교 폭력을 피해자가 아닌 처벌을 받고 있는 가해자의 시각에서 접근해 신선하다. 우연히 주운 휴대전화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는 또래 친구의 사정을 알게 된 진수가 묻어 두었던 죄책감과 마주하며 그를 돕는다는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짧은 길이에도 불구하고 구성력을 갖췄다.
좋아하는 친구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학교 퀸카를 사귀지만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이는 남학생의 이야기인 김한아 작가의 '안녕하세요, 그에게 인사했다'와 사소한 오해 이후 진정한 우정을 나누게 되는 친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마마보이와 바리스타' 역시 현실과 불분명한 정체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아이들의 세계를 그들의 언어로 얘기했다.
네 개의 이야기는 겉돌기만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결국 온전한 개체로서의 그들을 인정한 다음에야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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