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진작을 위한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에도 불구, 국내 소비 부진의 영향으로 실물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재정적자 규모가 당초 예상(14조3,000억원)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해외 소비는 급증, 한국인이 해외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결제규모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경기 악화로 세금은 제대로 걷히지 않는데도, 당초 예정한 것보다 더 빠르게 재정을 집행하는 바람에 9월말 현재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15조원 늘어난 2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통합재정수지(재정수입-재정지출)에서 국민연금ㆍ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연간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요컨대 정부 가계부에 당초 예상보다 훨씬 큰 구멍이 발생한 것이다.
9월말까지 정부가 지출한 자금은 233조8,000억원으로 올해 예정액(294조원)의 79.4%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5.7%)보다 재정 지출 속도가 4%포인트 가량 빠른 것이다. 재정부 재정관리총괄과 이승현 사무관은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응하려고 예년보다 상반기 지출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재정 수입은 당초 예산(312조5,000억원)의 76%에 불과한 237조5,000억원에 머물렀는데, 이는 세수 진도율(8월 기준 70.3%)이 지난해보다 1.5%포인트나 낮을 정도로 세금이 걷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4분기 재정지출 규모를 줄이더라도, 올해 적자 규모는 23조원과 당초 목표치 사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정부 주변에서는 올해 재정적자가 당초보다 3조~5조원 가량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경기 진작을 위해 재정적자를 감수한 재정 투입에도 불구, 국내 소비는 얼어 붙는 반면 해외소비는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서비스업, 건설업 등 10월 중 전 산업생산이 9월 보다는 0.2%,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0.5%나 감소했다. 서비스업, 소매판매, 건설투자, 설비투자 모두 전월 보다 0.8~2.9% 줄었다. 현재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도 전달보다 0.5포인트 떨어진 98.1을 기록했고, 미래 경기흐름을 예고하는 선행지수도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3분기 우리나라 국민의 해외 카드 사용액은 23억7,200만달러로 올 2분기(22억7,600만달러)보다 4%나 증가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현진권 소장은 "정부가 돈을 풀었는데도 경기진작 효과는 얻지 못한 채 재정부담만 떠안게 됐다"고 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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